어느 채식의사의 고백
존 맥두걸 / 사이몬북스 / 1만3천 원

2017090701010001849.jpg
최근 들어 우리가 무심코 먹던 다양한 먹거리의 안전성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은 본인이 의사이면서도 ‘약과 수술을 멀리 하라’고 주장하는 일종의 내부 고발서이자 자기고백록이다. 어려운 의학용어에 의존하지 않고 옆집 아저씨가 들려주듯이 쉽게 읽혀진다.

 체중이 30㎏이나 더 나갔던 박사는 18살에 중풍이 걸렸다. 이후로 지금까지 다리를 절룩인다. 왜 살이 찌는 것일가? 병은 왜 걸리는 것일까? 원인을 알기 위해 의대에 진학했고 오랫동안 의사로 일했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세월이 흘러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책임의사로 근무하게 되는데, 작가는 여기서 비만과 질병의 원인을 깨닫는다. 결국 현대의학으로는 비만과 질병을 해결할 수 없음을 솔직히 고백하게 된다.

 사탕수수 농장의 1세대는 주로 일본과 필리핀, 한국인들이었다. 그들은 살도 찌지 않고 거의 질병에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2세, 3세로 갈수록 과체중과 만성질병에 시달렸다. 이유는 음식이었다. 초기 이민자들의 식사는 미국에 와서도 그들 나라에서 먹어 온 것과 같은 방식으로 과일, 채소, 곡물을 먹었다. 그러나 그들의 2세와 3세들은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먹던 채식 위주 식사에서 고기와 유제품, 그리고 패스트푸드 중심으로 식성이 완전히 바뀌었다.

 의사인 작가는 자신의 방향을 바꾸게 된다. ‘병을 고치는 의사’는 식품업계, 제약업계와 결탁하면서 ‘병을 만드는 사람’이 된다. 그는 양심상 약과 수술을 권하는 의사이기를 포기하고 ‘살을 빼고 병의 원인을 제거하는 건강전도사’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살기 시작한다.

 존 맥두걸 박사의 스테디셀러가 산뜻한 표지로 개정판을 내놨다. 베지닥터 사무국장 이의철 전문의가 꼼꼼한 감수를, 농부의사이자 「내 몸이 최고의 의사다」 저자인 임동규 선생이 추천판을 썼다.

 이 책은 일단 재밌다. 본인의 고백록 형식을 취했기 때문일까. 왜 병원에 가지 말아야 하는가를 의사인 본인의 경험으로 얘기한다. 녹말음식이 어떻게 살을 빼고 병을 고치는가에 대한 이유를 진화론적으로 접근한다. 우유와 생선에 대한 허구, 단백질과 영양제에 대한 오해, 채식주의자면서 뚱뚱한 사람들의 이유 등 끝없는 이야기들이 종합선물세트처럼 펼쳐진다.

 맥두걸 박사는 이 책에서 우리가 의아해하면서 궁금했던 통념의 오류를 속 시원히 풀어 파헤친다.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강상중 / 사계절/ 1만2천 원

2017090701010001847.jpg
재일한국인 2세로는 처음으로 도쿄대학 정교수가 된 저자 강상중은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에서 자전적인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동안 여러 저작을 통해 자신의 출신으로 인한 좌절과 방황을 단편적으로 언급하긴 했으나, 유년기의 가정환경부터 청년기의 혼란과 각성을 거쳐 정치학자이자 사회를 향해 발언하는 지식인으로 자리잡기 전까지 전 과정을 보여 준 적은 없었다. 강상중은 1950년 일본 규슈에서 재일한국인 2세로 태어나 폐품 수집상으로 일하던 부모 밑에서 자랐다.

좋은 대학을 나와 ‘평생 직장’에서 일하는 명확한 목표가 사라진 오늘, 우리는 스스로 일의 의미를 묻고, 찾고, 발견해 나가야 한다. 저자는 크게 두 가지로 ‘일’을 정의한다. 하나는 ‘일이란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이고, 다른 하나는 ‘일은 나다움의 표현’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저자는 비즈니스 퍼슨이 일상에서 인문 지식을 얻기 위한 탄력적인 독서법과 역경의 시대에 흔들리지 않는 바탕이 될 다섯 권의 책, 그리고 자기만의 창조성과 추진력으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나간 5인의 역사 속 리더를 소개한다. 일 혹은 직업 속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이들에게 훌륭한 가이드가 될 것이다.

낢 부럽지 않은 신혼여행기
서나래 / 씨네21북스 / 1만3천 원

2017090701010001848.jpg
낢 부럽지 않은 신혼여행기」는 ‘낢이 사는 이야기’의 서나래 작가가 펴낸 첫 번째 포토 에세이툰이다. 만화가인 낢과 건축가인 이 과장. 두 사람은 결혼식 날짜를 신혼여행에 맞춰 3주라는 긴 여행을 계획한다. 여행을 다녀왔을 때 회사에서 책상이 사라질 각오를 하며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하고 오스트리아와 크로아티아로 떠났다.

일에 치이지 않고 온전히 서로에게 집중하며 원하는 삶의 방식을 함께 고민했던 두 사람에게 3주라는 짧지 않은 시간은 삶에 있어 정말 중요한 순간이었다. 유럽의 아름다운 풍경과 맛있는 음식,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하면서도 때때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방법을 탐구하던 두 사람의 이야기.

아직 원하는 삶의 방식을 콕 집어 말할 수는 없는 이들에게 각자가 바라는 행복은 어떤 모양일까를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전해준다.

저자 서나래는 2004년 자신의 홈페이지에 ‘낢이 사는 이야기’를 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리고 있다. 한가로운 일상에서 소소한 재미를 발견하고, 작은 것에 웃고 감사하며 살아 볼까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만화를 그린다고 한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