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은 그 어느 휴가 때보다도 많은 시간을 여유롭게 보냈다. 덕분에 모처럼 아들과 함께 영화도 봤다. 병자호란 당시 오랑캐에게는 머리를 숙일 수 없다며 청의 치욕스러운 공격에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예조판서 김상헌,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실리를 찾아 살고자 하는 이조판서 최명길이 다투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남한산성’. 관람하는 동안 그들의 입장이 되어 봤다. 최 판서는 역적으로 몰리기까지 하지만 그의 생각이 백성을 위해서는 옳아 보인다. 반면 당시 시대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명분을 중시한 김 판서의 생각에 더 많은 세력들이 동조했을 것 같다.

 명분과 실리. 동전의 양면처럼 가치의 우선을 논(論)하기가 쉽지 않고 시대와 명제에 따라 차이가 있다. 그 시대 상황에선 실리가 명분을 압도한 것 같다. 영화와 역사에서 김상헌과 최명길은 목숨을 건 논쟁을 이어가며 서로 다른 길을 걷지만 나라와 백성을 위한 충정의 마음은 요즘 정치인들도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영화 때문에 잠겼던 고민이 현실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제 10개월여 남은 내년 지방선거에 서서히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천의 경우 현재 3선 시장이기에 무주공산, 따라서 시장출마 예상자들이 우후죽순으로 나오고 있다. 여기에 시·도의원 출마예상자들도 얼굴 알리기에 분주하다. 모든 이들이 다 똑같지 않겠지만 대부분이 본인들이 ‘내가 적임자’라 생각하고 출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국민들 걱정보다는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일하는 선출직들. 자신의 정치적 욕심을 앞세우기보다는 시민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그런 인물이 출마·당선되기를 바란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