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슬란드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0일(한국시간) 사상 첫 월드컵(2018년 러시아 개최)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관중들과 ‘박수 응원’을 하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아이슬란드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0일(한국시간) 사상 첫 월드컵(2018년 러시아 개최)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관중들과 ‘박수 응원’을 하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도봉구보다 인구가 적은 나라’ 아이슬란드가 새로운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지난해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에서 8강 진출에 성공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아이슬란드는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아이슬란드는 10일(한국시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의 라우가르달스볼루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유럽예선 I조 10차전 홈경기에서 한 골에 도움 1개를 기록한 길피 시구르드손의 활약을 앞세워 코소보를 2-0으로 물리쳤다.

7승1무2패(승점 22)를 기록한 아이슬란드는 크로아티아(승점 20)를 제치고 조 1위를 확정했다. 치과의사 출신 헤이미르 할그림손(49)감독, 영화감독 출신 골키퍼 하네스 할도르손(32) 등 ‘유로 2016’ 주역들도 다시 한 번 포효했다.

아이슬란드는 총인구 34만 명에 불과한 소국이다. 서울시 도봉구(35만 명)보다 인구가 적은 데다 국토의 80%가 빙하 및 용암지대로 이뤄진 척박한 나라다. 자국 프로축구 리그가 없고 7년 전까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12위에 불과했다. 최악의 환경 속에서도 지난해 사상 최초로 유럽축구선수권 대회 본선에 진출했고, 16강에서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추운 날씨 때문에 1년 중 8개월은 바깥에서 공을 차기 어려워 실내 축구가 활성화된 아이슬란드는 에베턴 소속의 시구르드손을 비롯한 20대의 ‘인도어(indoor

키즈’가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워 마침내 러시아행 티켓까지 끊었다.

아이슬란드가 러시아월드컵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까닭은 20년 전 발동한 국가 차원의 사회 복지 프로그램 덕분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아이슬란드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청소년들의 약물 복용이 심각한 사회 문제였다. 정부는 청소년 비행 문제 해결을 위해 1998년 국가 차원의 사회 복지 사업을 펼쳤다. 동네마다 스포츠센터와 체육관을 짓고 청소년에게 체육 활동을 권장했다. 학교와 각 가정에는 스포츠 활동 지원책을 마련해 청소년들의 이탈을 줄여나갔다. 그 결과 청소년들의 약물 남용, 흡연율, 알코올 중독률 등이 매우 줄어들었다. 대신 청소년 스포츠 인구가 대폭 늘면서 전국민적으로 생활 체육 분위기가 조성됐다.

건강한 토양을 다진 아이슬란드는 엘리트 스포츠에서도 꽃을 피우기 시작했고 ‘빅스포츠’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얻었다. 국제무대에서 깜짝 성적을 낸 축구 이외에도 핸드볼은 2008 베이징 올림픽은메달을 획득했고, 농구는 2017유로 바스켓 대회 첫 본선에 진출했다.

아이슬란드의 경제 상황도 국제무대 성적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아이슬란드 리뷰는 "실업률이 크게 떨어지면서 엘리트 스포츠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뒤에도 직업을 다시 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라며 "인구가 적은 아이슬란드에서 엘리트 스포츠가 활성화하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국가가 주도한 사회 시스템 덕분"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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