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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태치먼트 - 따뜻한 말 한 마디

김진형 동국대 강사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7년 10월 13일 금요일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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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힘은 무엇일까! 한 교사는 이렇게 답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건, 바뀔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교육은 한 사람의 미래를 바꿀 수 있고, 더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자신만의 교육철학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잡은 교편에서 오히려 상처를 받는다면 교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 ‘디태치먼트’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희망을 잃은 선생님들과 꿈이 없이 방황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존의 학교 영화들은 상처 입은 아이들이 참 스승을 만나 교화되고 변화하는 가슴 뭉클한 성장기를 그리고 있다면, 이 영화는 그 대척점에 선 작품이라 해도 좋겠다. 학교에 대한 판타지를 걷어내고 민낯 그대로를 대면케 하는 영화 ‘디태치먼트’를 만나보자.

 기간제 문학 교사 헨리는 한 달 간 새로운 고등학교에 배정된다. 주변지역의 특성 상 문제아들이 밀집된 이 학교는 낮은 학업성취도로 존폐 위기에 처한 곳이다. 학생들의 일탈은 일상이었으며, 선생님에게 폭력과 폭언을 일삼는 행위는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그런 아이들을 방치한 부모들은 자녀교육을 똑바로 시키지 않는다고 되려 학교에 화를 낸다. 이런 극한 상황 속에서 선생님들 역시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치욕스러운 언사와 행동에 교사들의 인내심은 바닥을 쳤으며, 아이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상처받아 추락한 자존감은 회복될 기력조차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헨리는 여전히 교육의 힘을 믿고 있었다. 다만 이곳 저곳 옮겨 다니는 기간제 교사라는 직업적 특수성으로 언제나 적정 거리를 유지한 채 잠시 만나고 헤어지길 반복할 뿐이었다. 이처럼 누구에게도 깊은 애정을 주지 않으려 했던 교사 헨리는 새로 발령받은 곳에서 왕따 여학생 메러디스와 어린 나이에 거리의 여자로 전락해 돈을 구걸하는 에리카를 만나 ‘거리 두기’가 아닌 ‘다가가기’의 자세로 변화한다.

 무관심이라는 뜻의 영화 ‘디태치먼트’는 조각난 거울처럼 균열된 사회 속에 방치되어 상처 입은 다양한 인간군상을 포착하고 있다. 그 공간이 비록 학교로 설정되어 있지만, 이는 사회 전체로의 확장이 가능하다. 삐뚤어진 아이들과 무너진 교권의 원인은 사실 학교 외부에서 더욱 위협적으로 꿈틀거렸다. 아이들이 세상과 처음으로 마주하는 곳이자 유일한 울타리인 가정은 가족간의 모진 말과 냉대로 좌절을 경험하게 하는 공간이 되었고, 가진 것도 배운 것도 많지 않은 아이들의 부모는 사회에서 경험한 절망으로 온전히 부모의 역할을 다 할 수 없었다.

 시작을 알 수 없는 분노는 부메랑이 되어 끊임없는 상처의 연대를 결성해 서로를 파괴하며 순환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약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어리석은 방법은 바로 상처받기 전에 강한 척하며 타인에게 먼저 상처를 내거나, 최대한 무심하게 살아가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방법으로는 아무것도 해결 될 수 없음을 말하고 있다. 학교 미담 형식의 감동적인 드라마를 배제한 작품이지만, 작은 희망의 불씨는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이 영화가 제시하는 회복의 메시지는 결국 ‘따뜻한 말 한 마디’로 요약 될 수 있다. 작은 관심과 애정에서 시작되는 따뜻한 말, 눈빛, 행동은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아픔을 치유하는 처방제가 될 수 있음을 이 영화는 나지막이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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