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지난해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처음으로 언급됐다. 이 포럼의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회장이 거론했다.

그는 「제4차 산업혁명(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이란 저서를 통해 "4차 산업혁명에 있어 교육제도 개혁은 모든 국가의 과제"라고 말한 바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가상현실, 사물인터넷 등 각종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융합으로 이뤄지지만 결국 그 주체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이끌어 갈 인재상으로는 ‘창의융합형 인재’가 떠오르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는 다가올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다양한 융합교육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Science(과학), Technology(기술), Engineering(공학), Mathematics(수학)의 약칭으로 ‘STEM’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2011년부터 이 STEM에 Arts(인문예술)를 더해 STEAM 즉 과학, 기술, 공학, 인문예술, 수학 등 교과간의 통합적인 교육방식을 뜻하는 ‘융합인재교육’에 나서고 있다. 융합인재교육은 과학기술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와 이해를 높이고 과학기술 기반의 융합적 사고력과 실생활 문제 해결력을 배양하는 교육이다.

 기자는 한국과학창의재단 박태현 이사장을 만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인재상과 교육환경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1967년 설립 이래 과학문화와 창의인재 육성 중심기관으로 성장해 왔다. 현재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융합과 창조, 소통과 혁신을 바탕으로 다양한 교육과정 및 창의적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2013년부터 3년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하 융기원) 원장을 맡기도 한 박 이사장은 현재 창의재단에서 과학기술 문화를 대중들에게 확산시키고, 미래 시대를 이끌어 갈 창의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는 "기존의 사물을 하나로 묶는 융합에서 창의성이 시작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창의성은 물론 이러한 융합에 필요한 인성과 사회성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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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박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며 교육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뀌었나

▶지식 습득에서 창의력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현재 교육은 창의력을 어떻게 배양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아인슈타인은 지식보다 상상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걸 만드는 데 상상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상상력을 현실화 할 수 있는 키워드로는 융합이 가장 중요하다. 여태껏 모든 분야는 각자 구획별로 발전해 왔지만 이젠 융합을 통해 새로운 것을 내놓고 있다. 아이폰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아이폰의 구성요소는 기존의 아이팟, 전화기, 인터넷이다. 모두 새로울 게 없었지만 합쳐 놓으니 획기적인 발명품이 탄생했다.

창의융합인재가 이 시대에 새로운 인재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인재를 교육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지식을 주입하는 교육에서 창의력을 길러 내는 방향으로 바뀌는 추세다. 지식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지식을 활용해 없던 걸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컴퓨팅 파워와 인공지능의 확장으로 기계와 기계, 기계와 인간, 인간과 인간 사이에 기존과 다른 새로운 연결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가상과 현실, 이성과 감성 등 기존에는 경계가 분명했던 영역 간의 연결이 매우 자연스러워 진다. 이럴 수록 학생들은 이질적인 요소들을 자신이 해결하려는 문제 속에서 하나로 융합해 내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이 융합을 위해 필요한 덕목을 말하자면 인성과 사회성을 꼽고 싶다. 물론 인성과 사회성은 교육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소양이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그 중요성이 더 커진다. ‘융합’이 기본이기에 혼자서는 새로운 걸 만들어 낼 수 없다. 누구나 인성이 바르고 사회성이 있는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어한다. 기술의 발전은 사람 간의 협력에서 오기에 타인들과 쉽게 융화될 수 있는 인물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 변화한 패러다임에 맞는 교육방식은 무엇인가

▶강의 위주 교육에서 경험 중심의 교육으로, 대량 교육에서 맞춤형 교육으로, 개인 학습에서 협력 학습으로 그리고 총괄 평가보다는 과정 중심의 평가로 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습환경이 뒷받침 돼야 할 것이다. 학생 중심의 맞춤형 학습이 제공되기 위해서는 교실에 국한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학습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재단에서는 이런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정착시키기 위해 융합인재교육(STEAM)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융합인재교육의 전신인 STEM 교육은 전 세계적으로 현대사회의 과학기술공학 의존도가 증가하고 융합인재의 양적 확대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 우수한 인재양성을 위해 마련된 융합교육 정책이다. 미국의 경우, STEM교육은 이 분야의 발전과 인력 양성에 있어 미국이 처해 있는 상황에 위기의식을 가지고 2007년 ‘미국경쟁력강화법(Amaerica COMPETES Act)’을 제정한 이래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STEM 교육 분야 예산을 30억 달러로 2015년보다 3.8% 증가시키고, 향후 10만 명의 STEM 관련 교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의 STEAM 교육은 과학기술에 대한 학생의 흥미와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 학습 경험에 보다 초점을 맞춰 ‘창의적 설계’와 ‘감성적 체험’이 어우러지는 학습을 제안하고 있다. STEAM 교육이 추구하는 방향의 사례를 소개하겠다. 현대자동차 엔지니어링 연구실에 기계공학부 출신 연구원을 비롯해 작곡과를 졸업한 연구원도 있었다. 이 연구원은 동물원으로 출근해 호랑이 울음소리를 연구하고 있었다. 감성과 소리의 관계를 연결해 엔진소리도 감성에 맞도록 만들기 위함이었다. 사람의 감성적인 부분 음악·미술·디자인과 테크놀로지가 연결되면 과거의 없던 새로운 걸 만들어 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STEAM 교육은 초·중·고교에 성공적으로 정착됨에 따라 핀란드, 미국, 카타르, 태국 등 해외의 많은 국가가 교육부와 재단을 방문하고 있다. 4차 산업의 기본이 되는 소프트웨어 기술 이해를 위한 코딩(Coding) 교육도 중요하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지능형 로봇, 빅데이터 분석 및 활용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변하는 모든 것이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구현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본적 소양으로서 영국, 일본, 이스라엘 등 해외 각국은 경쟁적으로 코딩을 정규 교육과정에 편입시켜 교육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8년부터 전국 학교에서 코딩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 STEAM 교육이 추구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STEAM 교육과정에서는 교사들이 성공 사례를 발표하며 함께 공유한다. 예를 들어 ‘파동’에 대한 이해를 위해 물리 교사와 음악 교사가 함께 수업을 진행한다. 두 교사가 오카리나를 연주하며 나오는 진동 파장과 음의 연계를 설명하며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 식으로 서로 간의 소통과 융합을 중요시한다. STEAM교육은 메스미디어와 과학기술의 접목을 추구하고 있다. 융기원 재직 당시에는 드라마 작가를 초청해 융기원 내부를 취재하도록 한 적이 있다. 하지만 3일 만에 떠났고 드라마화는 이뤄지지 못했다. 아직까지 사회에서는 과학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토양이 형성되진 않았다. 기존의 드라마 배경과 공식만 따라가도 시청률이 보장되는 데 접근이 어려운 분야는 다루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 ‘건축학개론’이 흥행할 당시 서울공대 건축학과 커트라인 기존보다 크게 높아진 것처럼 메스미디어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문화와 예술이 엔지니어링과 융합되면 쉽게 대중에게 보급되고 집단 지성이 형성될 수 있다. 재단에서 중요시 여기는 부분이 과학문화 확산 즉 과학의 대중화다. 사람 하나 하나가 과학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 대중들이 합리적인 과학적 사고를 하며 풀뿌리 아이디어가 모이면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사회 곳곳에는 지역마다 동네마다 문제들이 있는데, 사회적 문제를 전문가들 만이 풀라는 법은 없다. 가장 가까이서 문제를 접하는 민초들이 오히려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다. STEAM 교육은 여러 가지 아이디어로 사회적인 가치를 만들어 내는 지성을 갖추기 위한 모래알 같은 아이디어를 거둬 들일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다. 과거 MIT에서 낸 통계가 있다. 한국 대학이 졸업생들이 얼마나 유망직종에 취업했는가를 통계화 하곤 하지만 MIT에선 졸업생들이 얼마나 새로운 것 들을 만들어 냈는가를 통계화 했다. 이 통계를 보면 60년대부터 어떤 분야가 감소하고 증가하는 지 시대별 트렌드를 알 수 있다. 제조업은 60년대를 기점으로 크게 증가했다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며 소프트웨어, 에너지, 바이오, 헬스케어 등은 증가하고 있다. 모두 이 세상에 없던 걸 만들어 낼 수 있는 분야들이다.

STEAM 교육은 이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인재를 만들기 위한 교육이다. 학업성취도 보다 학습 분야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높여줌에 따라 모든 새로운 것을 쉽게 받아들이고 융합하는 자세를 키워 주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경기도의 인재양성 방안은 무엇인가

▶경기도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한국 제조업의 전신이 많이 몰려 있다. 판교·광교 테크노밸리와 스마트제로시티까지 산업체의 니즈(needs)는 충분히 갖춰져 있다. 니즈가 있으면 수요가 생기는 법이다. 이 수요를 충족 시키기 위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인재양성 및 산업 발전을 위한 경기도의 노력으로는 융기원을 예로 들 수 있다. 융기원의 기본적인 취지는 경기도와 서울대의 협력 즉, 두 기관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이다. 경기도는 이미 산업적 인프라가 조성돼 있다. 여기에 서울대의 인적자원이 합쳐져 한국 최초의 융합기술을 표방하는 연구기관으로 탄생했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인적자원을 가지고 발전해 나가는 굉장히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여기 더해 경기도에 인재가 모이기 위해서는 융기원이나 경기도만의 네이밍이 중요하다.

즉, 브랜드를 키워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코넬대학은 뉴욕주에 있지만 굉장히 시골에 있는 학교다. 뉴욕시에서 자동차로 4∼5시간 가야 하는 산골짜기에 있지만 좋은 학생과 교수들이 모여든다. 이게 바로 브랜드 파워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가 브랜드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시각의 변화도 필요한 것 같다. 경기도가 사업을 추진할 때 일부에서는 도민들의 혈세를 왜 서울 등 타 지역에서 쓰냐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 시대에 경기도만의 브랜드를 키우려면 세계로 나가야 한다. 밖에서 움직여야 외부의 인재가 안으로 들어오는 법이다.

안유신 기자 ays@kihoilbo.co.kr

신기호 기자 sk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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