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중국을 국빈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머릿속은 누구보다 복잡하고 착잡할 듯하다. 중국의 경제보복은 아직도 완전하게 풀린 상태가 아니고, 밀봉됐다고 믿고픈 사드에 대해선 중국 당국자들의 불만이 연일 표출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번 방중에서 북핵 미사일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만 한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사드 추가 배치와 미 미사일 방어체계,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3불(不) 원칙에 대못만 박히고 끝날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그것도 모자라 시 주석은 아베 총리와 사진 찍을 때 보여준 그 특유의 화난 모습으로 ‘좀 더 분발하라’는 불만까지 연출하지 않을까. 옆에서 어색하게 웃는 대통령의 모습과 함께.

모두 우리 탓이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중국이 움직여 줄 거라는 허황된 환상에 빠졌고, 그들의 정책방향을 낙관적·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오류를 거듭 반복해왔다. 돌이켜보면 중국의 한반도 관리는 늘 일관적이었다. 위기가 발생하면 남북 간의 충돌 자제를 유도하고, 사후에 화해 및 중재의 노력을 하는 듯한 모습만 형식적으로 보여줬다. 어느 시점부터는 ‘한반도 비핵화’에서 ‘임기응변적 안정유지’로 정책의 방향까지 바꾼 듯하다. 왜 중국은 문제의 근본원인을 해소하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그들이 원하는 건 한반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유지하며 실리를 추구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리라.

이러한 점을 간과했기에 박근혜 정권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에 과도한 기대를 갖고 (북한에 대해) 기존의 관리 차원을 넘어서는 통제와 압박을 요구했으니 들어줄 리 만무했다. 한마디로 중국을 냉철하게 보지 못한 것이다. 물론 가능하다면 ‘연미화중(聯美和中)’의 실리를 취해 나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이것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면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하며, 그 기준은 바로 첫째가 생존, 둘째가 번영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당당하게 말해야 한다. "3불 원칙은 북한의 상황에 따라 지켜질 수도, 해제될 수도 있다. 3불을 진정으로 바란다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도와 달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생존을 위해 결연히 자주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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