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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홍천 과천시의회 의장

지방자치단체에서 재개발 기본계획을 세워 구역을 확정하고 구역 내 부동산 소유자들이 조합을 만들어 시공사를 선정합니다. 대개 대형건설사인 시공사는 모든 기존 건물을 철거한 뒤 주거 단지를 조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치솟은 집값을 감당할 수 있는 수요자들이 주택과 상가를 분양받습니다. 한국에서 그동안 흔하게 이루어진 부동산 개발 방식입니다.

 상업적 이해를 앞세우는 대형건설사 주도의 한국형 재개발은 용산참사라는 파국을 부른 세입자의 보상 갈등은 물론 용적률을 높이는 데 치중한 고층 아파트 일색의 획일적 주거 형태 및 과도한 집값 상승에 따른 개발 이익이 건설사와 투기꾼 등 소수에게 집중되는 문제 등 갖은 난맥상을 드러냈습니다. 우리 과천시도 예외가 아니어서 급기야 중앙정부는 지난 8·2부동산 대책에서 과천시를 투기과열지역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독일 남서부에 있는 소도시 튀빙겐시는 1990년대 도시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건설회사가 아니라 실제 이곳에 입주할 사람들이 개발 주체가 돼 자기들 삶터를 스스로 개발했습니다. 이 지역의 재개발 방식을 특징 짓는 개념은 건설공동체입니다. 공동주택을 함께 지어 살기로 한 주민들의 조합인 이 조직은 보통 10~20가구로 구성돼 직접 시로부터 토지를 구매하고 건축가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주택의 설계와 건축을 의뢰하였습니다. 이렇게 약 60만㎡에 달하는 재개발 대상지에서 150여 개 건설공동체가 총면적의 85%를 개발했고, 건설회사가 담당한 구역은 15%에 불과했습니다. 튀빙겐시에서 처음 시도된 건설공동체 중심의 재개발은 이후 독일 전역에 확산돼 현재 독일 대부분의 지역에서 재개발은 거주민이 주체가 되어 자신들의 삶터를 직접 설계하고 만드는 것이 일반화돼 있었습니다. 이것이 독일의 도시재생의 현주소입니다.

 튀빙겐시 주민들이 직접 도시재생 설계에 참여해 삶터를 만들어낸 모습에서 인상적인 것은 외관이 각양각색인 공동주택 건물들이 서로 벽을 잇대며 블록을 이루고 있는데, 대개 ‘ㄷ’자 혹은 ‘ㅁ’자 형태의 블록의 안쪽 터는 놀이터, 정원 등 거주가 공유공간으로 꾸며져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도 요사이 ‘도시재생’이 전국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도시 쇠퇴 특성은 영국이나 일본 등 선진사회와 유사한 부분도 있지만 상당 부분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한국적 특성에 맞는 도시재생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우리 과천의 도시재생도 이제는 아파트 건설 중심의 재개발, 재건축 위주의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사회, 문화, 경제, 생태 등 종합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특히 도시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문화 및 생태 복원이나 창조적 공간 창출, 주민공동체 활성화,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차원의 재생이 중요시 돼야 합니다. 동시에 도시재생은 왜곡된 도시구조를 바로잡고, 도시 정체성을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과천시는 대한민국의 손꼽히는 생태도시이자 녹색도시입니다. 과천시는 그동안 정부청사 존재, 강남과 인접성, 경마공원 수익에 따른 전국 제일의 재정자립도 등으로 타 지자체의 부러움의 대상이었으나, 정부청사 이전, 판교 개발, 인접 성남시, 하남시, 안양시 등 주변 시들의 활발한 발전 영향으로 점차 그 명성이 퇴색되고 있습니다.

 과천시의 ‘도시재생’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첫째,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둘째, 생태도시와 녹색도시의 모습이어야 합니다. 셋째, 과천시 모든 시민이 공감하는 도시재생 모델이 실행돼야 합니다. 인간, 자연, 문화가 교감하는 도시, 우리는 이를 ‘소프트시티’라 부릅니다. 이전까지 도시의 모습이 건설과 기능, 효율 중심의 하드시티 개념 위주였다면 이제는 인간과 자연, 문화와 생태가 중심이 되는 ‘소프트시티’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과천시도 도시재생을 통해 ‘소프트시티’로 한걸음 더 나가야 합니다. 공공부문에서는 보도에 좀 더 많은 가로수를 심어 녹지도시로 푸르게 만들어야 합니다. 자투리땅엔 공원을 조성하고 벤치와 가로등을 설치해 휴식공간과 힐링도시 과천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사용하지 않는 낡은 공공건물을 리모델링해 청년 또는 저소득층에 값싼 임대료로 입주할 수 있게 해 더불어 사는 과천을 만드는데 과천시가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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