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파트 경비 감축을 추진하는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은 어느 고등학생의 글이다. 고교생의 대자보는 곧 떼어졌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큰 울림이 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최근 단지 내 ‘경비인력 감축’과 ‘CCTV 등 시설물 보강’ 등의 내용을 담은 안내문을 각 가정에 전달했다. 현재 이 아파트에는 26명의 경비원이 근무하고 있다. 총 13개의 동에 2명의 경비원이 배치돼 24시간 맞교대 방식으로 하루씩 돌아가며 근무에 나선다. 이들은 각 동 앞에 마련된 경비실에서 주민들에게 배달 온 택배보관 및 관리는 물론 주차관리와 쓰레기 분리수거도 발 벗고 나선다.
하지만 새해 첫 급여일이 다가오면서 날벼락이 떨어졌다.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7천530원으로 인상되면서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인력 감축을 들고 나와서다. 최저임금 증가 폭인 16.4%만큼 인건비도 늘어나야 하는 상황이다. 인력 감축이 강행되면 많아야 6~7명 정도만이 경비직을 유지할 수 있다.
한파주의보가 발령된 23일 만난 한 경비원은 "70세가 넘은 나이에 여기서 그만 두면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도 없다"며 긴 한숨을 쏟아냈다. 얼굴에는 하고 싶은 말이 한 가득이지만 더 잇지는 않았다. 그는 주민이 부탁한 재활용 쓰레기를 말없이 분리수거했다.
주민 A(49)씨는 "안내서를 보고 계산해보니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각 집마다 6천 원 정도만 더 내면 되는 수준"이라며 "아침에 고등학생이 붙인 대자보를 보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관리사무소장은 "이곳은 30년 전부터 경비원 시스템을 이어오고 있다"며 "경비인력을 감축하면 관리비가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한편, 이 아파트는 24일까지 주민 찬반투표를 거쳐 인력감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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