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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희 부천오정경찰서 경무계 경장
"학창시절 회초리나 채찍으로 매를 맞았던 이들은 거의 한결같이 그 덕에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됐다고 믿고 있다. 내가 볼 때는 이렇게 믿는 것 자체가 체벌이 끼치는 악영향 중 하나이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말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사랑의 매, 사랑의 회초리라는 이름의 훈육이 일상적일 때가 있었다. 물론 훈육 방식에 있어 매와 회초리는 항상 나쁜 것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위와 같은 훈육법이 우리 사회에 올바른 사람을 키워낸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이라는 포장으로 아동학대가 우리 사회에 싹트는 것을 항상 주의해야 한다. 최근 아동범죄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 사회적으로 더욱 이슈가 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지수는 2016년 1월에서 8월 사이 1만486건에서 2017년 같은 기간 1만2천930건으로 23.3% 증가했다. 또한 최근 5년간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해마다 아동학대 피해 발생률은 증가하고 있지만 피해 발견율은 OECD 국가 중 최하위 그룹에 속한다.

점점 개인주의 사회로 변화되면서 남의 가정, 남의 아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어 다른 가정의 문제에는 되도록 개입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아동학대는 주로 집에서 이루어져 주변에서는 학대 사실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학대사실을 안다고 해도 훈육을 핑계로 우기면 주변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어려운 현실이며 부모의 처벌은 미미한 실정이다.

아동학대 처벌강화 등 제도 마련도 중요하지만 아동학대 피해를 줄이기 위한 첫걸음은 주변인의 관심을 가진 신고로부터 시작된다. 단순히 남의 가정 문제가 아닌 중대 범죄로 커질 수 있다는 심각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신고를 통해 초기에 예방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남의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라는 생각으로 주변을 한 번씩 돌아본다면 아동학대 피해자의 마지막 희망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옆에 있는 당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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