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약식기소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던 남성이 법원에서 바뀐 형사소송법을 적용받아 오히려 검찰 청구액의 2배에 달하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2단독 고상교 판사는 절도 혐의로 기소된 이모(66)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절도죄로 처벌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고,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생계형 범행으로도 보이지도 않는다"며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선처할 경우 절도의 습벽이 개선될 수 없고, 범행 경위와 이후 정황 등 제반 사정들을 종합할 때 약식명령의 벌금액은 너무 가볍다고 판단된다"고 선고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이번 판결은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약식명령 사건에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적용된 사례다.

기존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불이익변경의 금지)는 약식기소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피고인에게 법원은 검찰의 청구액보다 더 무거운 액수를 선고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개정안은 벌금형의 범위 내에서 더 무거운 형량 선고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씨는 지난해 4월 다른 사람의 집에 들어가 금품을 훔친 혐의로 벌금 7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지 6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화성시의 한 마트에서 또 다시 3만7천 원 상당의 LED 램프를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당초 검찰은 벌금 50만 원에 약식기소했지만, 이 씨는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가 개정된 법의 적용을 받았다.

법원 관계자는 "무조건적인 정식재판 청구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는 차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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