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 기준이 거꾸로 가고 있다. 고무줄 기준으로 부실 후보 공천이 우려된다.

27일 민주당 인천시당에 따르면 음주·무면허운전 부적격 기준을 2001년 이후 3회에서 광역단체장 2003년 2월 13일 이후 3회·기초단체장 및 지방의원 2003년 3월 2일 이후 3회로 완화했다.

최근 10년 내 2회는 동일하다. 부적격 기준은 지난 26일 열린 공직후보자 검증위원회 2차 회의에서 변경됐고, 28일 예정인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공직후보자 검증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공문(공직후보자 검증 시행세칙)을 시당에 보냈다. 기준 변경 이유와 광역·기초단체장 날짜 차이를 둔 이유 등은 밝히지 않았다.

윤호중 공직후보자 검증위원장은 지난 21일 "청와대 검증 기준은 최근 10년 내 2회 이상 음주운전한 경우 공직 임용에서 제외하고, 우리 당은 2001년 이후 총 3회 음주운전이면 배제했다"며 "이번에는 두 기준을 모두 적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음주운전 측정 거부도 포함시켰고, 무면허운전도 음주운전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검증 기준을 청와대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뜻이었다. 민주당은 이 기준을 발표 일주일 만에 뒤집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천 일부 의원이 지역구 구청장 출마 예정자 A씨를 통과시키기 위해 공직후보자 검증위원회에 입김을 불어 넣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A씨는 2001년부터 3회 기준을 적용하면 공천서 아예 배제된다. 2차 회의에서 나온 기준(2003년 3월 2일)으로 바꿀 경우 음주운전 2회로 공천심사 대상이다. 전국에 A씨와 같은 사례가 몇 건 더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당 관계자는 "전국 기준으로 변경한 것이어서 일부 사람 문제로 볼 사안은 아니고, 검증위에 시당 인사가 있지만 비공개 사안이다"며 "18년이 너무 길다는 불만이 있어 전국 여러 경로로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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