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문밖에서 기다리지 않았다
매슈 설리번 / 나무옆의자 / 1만4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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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문밖에서 기다리지 않았다」는 단편소설 「언파운드」로 로버트 올렌 버틀러 상과 플로리다 리뷰 에디터 상을 수상한 작가 매슈 설리번의 첫 장편소설이다.

 서점에서 벌어진 한 청년의 자살이 과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살인사건과 연결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독창적인 플롯의 미스터리 소설이다. 작가가 오랫동안 서점에서 일한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으로, 도심 속 별세계처럼 누구나 들어가 쉴 수 있는 서점이라는 공간과 외로운 이들이 지적 쾌락과 안식을 얻는 대상인 책을 미스터리와 결합해 매혹적이고도 가슴 아픈 이야기를 빚어냈다.

 책은 출간 즉시 언론과 독자의 열렬한 찬사를 받으며 반스앤노블 ‘주목할 만한 신인작가’, 시애틀 공립도서관 ‘올해의 소설’, 서스펜스 매거진 ‘베스트 북’ 등에 선정됐다.

 대도시 개발지구의 브라이트아이디어 서점 점원으로 일하는 리디아는 책을 사러 오는 고객이라기보다 머물 곳을 찾지 못해 편히 쉴 수 있는 서점에 의지하는 사연 많고 개성 뚜렷한 손님들에게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어느 날 폐점 시간, 서점을 정리하던 리디아는 위층 외딴 서가 사이에서 목을 맨 고아 청년 조이의 시신을 발견한다. 그런데 조이의 주머니 안에는 놀랍게도 리디아 자신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의 열 살 생일파티 사진이 들어있다. 사진에는 아픔 없이는 떠올릴 수 없는 그 시절 친구 캐럴과 라지도 함께 찍혀 있다.

 손님과 점원이라는 인연밖에 없던 조이가 어떻게 이 사진을 갖고 있을까? 그는 사진을 어디서 얻었을까? 왜 그는 굳이 자기 집처럼 드나들던 책방에서 리디아의 사진을 주머니에 넣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조이는 자신의 작은 아파트에 있던 책과 물건들을 리디아에게 유품으로 남긴다. 리디아는 조이가 남긴 퍼즐 풀기에 몰입하고, 그녀의 어두운 어린 시절이 한 페이지씩 밝혀진다.

 세상에 쏟아놓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상대를 찾을 수 없었던 청년이 자신의 육체요 영혼인 책에다 새겨 넣은 마지막 말들과 그 오랜 고통의 기원을 마주하노라면 이 미스터리는 산산조각 난 마음에 바치는 애도로도 읽힌다. 빠져들 수밖에 없는 강렬한 데뷔작이다.

더 저널리스트 조지 오웰
조지 오웰 / 한빛비즈 / 1만7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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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비즈 ‘더 저널리스트’ 시리즈의 두 번째 책 「더 저널리스트:조지 오웰」이 출간됐다.

조지 오웰이 저널리스트로서 작성한 방대한 기사와 칼럼, 기고문 중에서 그의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나는 글 57편을 선별한 저널리즘 작품집이다. 오웰의 관점을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해 주제와 의미별로 묶어 정리했다. 대부분이 국내 초역이다.

오웰의 에세이와 칼럼은 몇 차례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작품 수에 비해 소개된 글은 적고, 관심사의 폭은 너무 넓다. 그 탓에 하나로 관통하는 주제가 명확지 않았다. 글 하나하나에 오웰의 독특한 시각이 잘 담겨 있지만, 뚜렷한 관점을 갖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생각의 흐름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이 같은 아쉬움을 줄이기 위해 이 책은 명확한 주제에 집중했다. 지금, 여기의 우리가 다시 곱씹어야 할 이야기를 우선했다. 오웰의 의도를 분명히 이해할 수 있도록 배경 설명 등 필요한 곳마다 각주를 달았다. 가장 ‘오웰다운’ 생각을 담는 데 주력했다.

소와 흙
신나미 교스케 / 글항아리 / 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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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와 흙」은 원전사고 후 죽음의 땅에서 소와 함께 살고 있는 농민들을 추적한 르포다.

농민들은 소들을 조금 더 잘 먹이고 추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오랜 시간 그곳에 머물게 해 달라고 정부를 상대로 지난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방사능의 반영구적인 공포에 짓눌린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참한 상황과 이에 맞서는 강인한 의지는 이 르포를 끌고 나가는 심리적 내러티브다.

소들의 몸 안에는 방사능이 축적되고 있다. 그런지도 모르고 소들의 몸엔 윤기가 흐르고 눈빛은 초롱초롱하며 흙냄새도 여전히 살아있다. 소의 야생화 과정과 방사능 생체 축적을 동반해 추적하는 이 책은 한 편의 동물문학이라 불러도 될 만큼 소의 입장에 선 관점을 보여 준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해야 마땅한 상황에서 어떻게 생명은 그것에 맞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제한된 조건에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인류학적 질문을 던진다.

저자 신나미 교스케는 논픽션 작가로, 출판사와 편집 프로덕션 등을 거쳐 1992년 출판사 라이브스톤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2002년부터는 마이니치신문 오사카 본사 특약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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