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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준 나사렛국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다양한 병으로 고생하게 된다. 그 중에는 ‘정신질환’이라 분류되는 병들이 있다. 우울증, 불안, 조현병뿐만 아니라 공황장애, 불면증, 강박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치매, 중독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병이 의심되는 증상들이 있다고 해도 선뜻 정신과를 방문하는 건 쉽지 않다. 아마 정신질환과 관련된 여러 선입견과 편견 때문일 것이다.

# 정신질환, 과연 ‘마음의 병’일까?

‘마음의 병’이라 흔히 말하는 정신질환을 왜 병원에서, 그리고 의사가 진료를 하고 약까지 쓸까? 우리가 정신적이다, 심리적이다, 신경성이다 등등 다양한 말로 표현하는 현상들은 다름 아닌 바로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며 굳이 관련 부위를 찾자면 주로 ‘뇌’와 관련된 일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신과 전문의 과정을 밟은 정신과 의사가 진료를 담당하게 된다. 실제 정신과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 몸이나 뇌에 작용하는 약물을 투약했을 때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도 정신질환이 생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원인으로 일어나는 병이기 때문이다.

정신과 증상이 있을 때 이 증상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에 대한 단서를 얻기 위해 자세한 병력 청취와 아울러 세밀한 검사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울, 불안, 불면, 집중력 저하, 기억력 저하 등의 증상이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우리 몸에 이상은 없는지 충분히 검사할 필요가 있다.

정신과에서 다루는 증상이 다른 질병 때문인 경우도 적지 않으며, 이런 경우 다른 질병을 잘 치료하면 정신과에 오게 된 증상도 자연히 해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울증, 조울증, 불면, 불안, 공황장애 등은 갑상선질환이나 심장질환, 호흡기질환과 관련되는 경우도 많다.

강조돼야 할 것은 정신증상이 다른 질환 때문이 아닌지 먼저 감별돼야 하며 이를 위해 혈액검사, 심전도검사, 영상검사(뇌CT나 뇌MRI) 등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검사를 해서 몸과 뇌에 이상이 없는지 알아보게 되고, 만약 이상소견이 발견된다면 타 과 진료도 병행해야 한다. 뚜렷한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에는 통상의 정신질환을 강하게 시사하는 것으로 판단, 정신과 고유의 검사도 시행하게 된다.

# 다양한 검사와 병력 청취를 통해 진단하고 치료

정신과 고유의 검사로는 임상심리검사가 대표적인데, 임상심리검사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가장 많이 실시하는 검사는 종합심리검사인데 이를 통해 다른 검사들을 통해서는 알 수 없고 일반인 스스로도 파악하기 힘든 다양한 심리 특성들을 확인할 수 있다. 종합심리검사는 10여 가지 이상의 다양한 검사들로 구성되며 이를 통해 의식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무의식적인 내용도 깊이 있게 살펴보게 된다. 이 외에도 증상이나 필요에 따라 치매검사, 주의력검사, 지능검사 등을 실시할 수 있다. 정신과 의사는 이상의 검사들을 종합해 가장 합당한 진단을 내리고 치료계획을 세우게 되므로 임상심리검사는 정신과에서 필수적인 검사라고 할 수 있다.

정신과 치료에는 크게 약물치료, 상담·심리치료(정신치료)가 있다. 교과서적으로는 두 가지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효과도 빠르고, 호전 후 유지도 잘 되며, 향후 재발도 낮춘다고 돼 있다. 심리치료(정신치료)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약물이 해결해 주지 못하는 보다 심층적이고 깊이 있는 문제들에 대해 다룰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며 이를 통해 치료 효과를 얻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입원치료, 지역사회 연계가 필요할 수도 있다. 정신질환 역시 병원에서 치료하는 몸의 이상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편안하게 정신과를 찾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조금 더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도움말=나사렛국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희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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