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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천장에 부딪힌 미투, 정치권이 깨야

조병국 기자 chobk@kihoilbo.co.kr 2018년 03월 22일 목요일 제10면

"민망한 사건들이 좌파 진영에서만 벌어지고 있는데 좀 더 가열차게 좌파들이 더 걸려들면 좋겠다." "미투 운동이 진보 지지자들을 분열시키는 공작에 이용될 것이다."

 최근 대한민국 사회의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낸 ‘미투(Me too)’ 운동과 관련,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한 발언이다. 곱씹으면 씹을수록 이들의 발언 속에는 ‘피해자’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이들의 발언은 정쟁의 수단으로써 미묘한 차이를 지니고 있을 뿐, 미투 운동의 순수성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넝마(?) 발언에 불과하다.

 가부장제로부터 파생된 위계적 폭력은 한국 사회에서 다층적인 차별과 폭력이 돼 왔다. 특히 남녀 문제에서는 더욱 그랬던 한국 사회 전체가 이렇듯 구조적인 문제점을 잔뜩 머금은 웅덩이라는 점을 인식할 때, 미투 운동이 먼저 터져나온 곳은 그나마 더 주체화된 곳이기 때문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보수 진영에서 가부장적이고 위계적인 시스템이 더 공고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보수 진영의 피해자들은 집단 내의 논리를 내면화하며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폭로 이후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없는 상태일 수 있다.

결국 한쪽 진영에서 이어지는 폭로를 그 진영만의 일로 생각해서는 안 되는데 서두에 언급한 주장들은 미투 운동의 본질을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이 문제를 ‘공작’이나 ‘위선적 좌파’ 등으로 몰고 가는 식의 행태는 미투 운동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고 볼 수 있다. 인권을 바라보는 우리나라 정치권은 피해자의 눈물을 이용하는 데 매우 익숙한 듯 보이고 자극적인 뉴스를 생산해내는 미디어는 이를 부채질한다.

 미투 운동이 정치권의 정치공학적 논리에 의해 절대로 훼손돼서는 안 된다. 피해자의 현실은 가해자의 변명과 사건을 둘러싼 환경들에 의해 여론의 중심에서 밀려나거나 변질됐고 어려운 선택을 결심한 피해자의 용기와 결단은 유리 천장에 부딪혔다.

가해자들의 범죄 입증 여부를 밝히는 것보다 고발의 목적을 의심하는 것이 더 ‘손쉬운’ 일이고 그것이 정치적인 이득을 가져다 준다면 더할 나위 없는 유혹이 되지는 않을까? 전방위적으로 일상화된 우리 사회의 성폭력을 뿌리 뽑는 데에는 더 이상 정략적 논리에 파묻힌 좌우가 있어서는 안 된다. 썩을 대로 썩은 부분을 과감히 도려내고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제도 마련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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