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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7년 7월 27일 중구 연안동주민센터에서 열린 남항 중고차물류클러스터 주민설명회에서 한 참석자가 IPA 측에 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 = 기호일보 DB
‘북인천복합단지는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매매계약을 협의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IPA)가 지난 15일 인천자동차수출협동조합에 한 답변이다. IPA가 인천경제청을 핑계대며 조합의 북인천복합단지(82만5천338㎡) 매수 의향을 사실상 거절한 것이다.

조합의 매수 의향은 비단 이때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26일 남봉현 IPA 사장과 실무자들이 만나 단지를 사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단순 야적장이 아니라 경매장과 검사장, 수리 및 쇼링 업체, 딜러 양성소까지 들어선 첨단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A조합은 그 자리에서 "사업설명회에 참석하겠다"는 실무자의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인천의 중고차수출산업은 전국의 86%, 연간 수출 물량만 해도 20만 대로 3조 원 규모다. 관련 수출업체만 1천여 곳으로 새 차를 포함한 인천항 전체 자동차 수출 물량의 30∼40%를 차지한다.

조합은 IPA의 전향적 태도에 1월 17일 의향서와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하지만 IPA는 답변을 피한 채 그저 기다리라는 말만 했다. 그 사이 IPA는 인천경제청과 매매 작업을 했다. 민간업체가 아닌 인천경제청에 단지를 넘기면 도로 개설 등 기반시설이나 각종 인허가 절차 등의 지원은 신경 쓸 일이 없었던 것이다.

조합 관계자는 "충남 당진과 평택 등지에서 수차례 러브콜이 있었지만 인천 관계 기관을 믿고 협의를 미뤄 왔었다"며 "항만산업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어야 하는 IPA가 중고차 수출산업에는 관심조차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중고차 수출산업에 대한 IPA의 무지 내지는 무감각은 유창근 전 사장 때도 있었다. IPA는 용역을 통해 2016년 6월 자동차 클러스터 최적지가 연안부두 일대 남항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석탄부두 탓에 그동안 고통받았던 인근 주민들이나 인천시 중구의회는 즉각 반발하고 나서 설명회조차 제대로 못했다.

남항 자동차 클러스터 조성의 전제는 대체항 개발을 통한 석탄부두 이전이다. 대체항인 동해항 석탄부두의 완공은 2023년께다. 현재 불법 시설인 송도유원지 중고차수출단지를 그대로 두고 보겠다는 심사다.

IPA 관계자는 "9차례 유찰된 뒤 A조합 외에도 부지를 사겠다고 온 업체만 10여 곳이 넘었지만 전부 말뿐이고, 계약금을 내지 않아 믿을 수가 없었다"며 "조합의 사업설명회에 참석하겠다고 말한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그동안의 사정을 까맣게 모르는 인천경제청은 2월 1일 북인천복합단지 매매를 위한 양해각서를 덜컥 맺었다.

김덕현 기자 kd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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