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행, 떠날 자유
제삼열, 윤현희 / 꿈의 지도 / 1만4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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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할 건 없어! 그러니까 당신도 포기하지 마."

 「낯선 여행, 떠날 자유」는 1급 장애인 부부가 전하는 낯설지만 유쾌하고 평범하지만 특별한 여행 메시지다.

 휠체어에 앉아 남들보다 조금 낮은 곳에서 세상을 보는 아내, 그리고 시각장애인용 흰 지팡이(케인)를 통해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남편. 그들이 사는 세상은 비장애인에게는 조금 낯설다. 지하철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가 멀어 자칫하면 휠체어가 빠질 수 있다는 위험을 비장애인들은 잘 모른다. 휠체어 장애인들은 고속버스를 타고 고향에 갈 수도 없고, 택시를 타기 위해 얼마나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지도 비장애인들은 잘 모른다.

 무엇보다 장애인도 여행할 권리가 있다는 것, 언제든 어디든 떠날 자유가 그들에게도 있다는 사실에 무감각하다. 여행은 비장애인들의 전유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1급 시각장애인인 남편은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이면서 ‘제26회 대한민국 장애인문학상’에서 대상을 받은 소설가이기도 하다. 1급 지체장애를 가진 아내는 회사를 다니며 그림도 그리는 화가다. 찬란하게 빛나는 파리 에펠탑 밑에서 그들은 꿈꿨다. 우리의 여행을 영원히 간직하자고. 그리고 약속했다. 우리의 여행을 글로 쓰고 그림으로 그리자고. 크고 작은 도움을 주고받으며 함께 추억을 나눈 이 여행을 오래오래 기억하자고.

 천신만고 끝에 무사히 여행에서 돌아온 뒤 남편은 꼬박 일주일을 앓았다. 아내는 고장 난 휠체어를 고쳤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힘을 내 약속을 지켰다. 아내는 그림을 그려 전시회를 마쳤고, 남편은 여행기를 썼다. 또다시 여행 계획도 세웠다. 이번엔 장애인 편의시설이 절대 부족한 동남아시아 여행. 누구도 어떤 장애도 그들의 열정과 용기를 막지는 못할 것이다. 더 이상 그들에게 장애는 장애가 아니다. 날개다.

 캐리어는 남편이 끌고, 백팩은 휠체어에 걸고, 카메라와 작은 가방은 아내의 무릎에 올리고 남편의 한 손에는 흰 지팡이 케인을 쥔 채 그들은 다시 어딘가로 떠날 것이다. 한 몸처럼, 샴쌍둥이처럼 서로의 눈이 되고, 다리가 돼. 언제든 낯선 여행을 떠날 자유가 그들에게도 있으니까.

실험하는 여자, 영혜
이영혜 / 새움 / 1만4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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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가볍게 맥주 한 잔 하면서 교양을 쌓을 수 있는 독특한 과학 에세이가 나왔다.

「실험하는 여자, 영혜」는 ‘그저 그런 기사는 쓰지 않겠다’고 작심한 과학 전문 기자 ‘영혜’가 일상 속 과학 소재를 직접 실험하며 풀어 쓴 과학 이야기다. ‘폭탄 버거’, ‘내장 파괴 버거’, ‘죽음의 돈가스’와 같은 섬뜩한 이름을 가진 음식이 실제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해 카메라 앞에서 폭탄버거를 7분 만에 먹어치우는 실험을 한다. 또 장내 세균이 다이어트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왕성한 식욕을 억누르고 6주간 육식을 끊는 다이어트에 돌입하고, 보온력 실험을 위해 개 미용실과 모피 공장에서 털을 주워 모으고 본인의 어그부츠를 과감히 희생시키기도 한다.

재미와 과학 상식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한몸을 희생하며 실험으로 뛰어들 각오가 돼 있는 좌충우돌 과학 기자 영혜. 실험이 무참하게 실패로 돌아갈 때도 있지만 실패한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며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낸다.

과학을 잘 알고 있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고등학교 때 이후로 과학과 이별했던 이들에게도 이 책이 과학에 한 발자국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권김현영(엮음), 루인, 정희진, 한채윤, 준비팀  / 교양인 / 1만3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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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피해자고 누가 가해자인가. 무엇이 성폭력인가. ‘2차 가해’의 기준은 무엇일까. 누가 판단하는가. 성폭력 문제에서 페미니즘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성 문화 연구 모임 ‘도란스’의 세 번째 책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은 성차별·성폭력 문제에 관한 주된 쟁점들을 ‘피해’와 ‘가해’ 개념을 중심에 두고 들여다본다. 페미니즘은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하자는 사상이 아니다. 그 이상이다.

강간과 섹스를 구분하지 못하고 성폭력을 정당화하는 강간 문화를 드러내는 것, 성폭력은 ‘누구’ 혹은 ‘무엇’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과 폭력’의 문제임을 밝히는 것이 바로 페미니즘의 목표이자 이 책의 목표다.

저자 권김현영은 여성주의 연구 활동가로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남성성과 젠더」의 편저자다. 또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성의 정치, 성의 권리」, 「성폭력에 맞서다」 등 다수의 공저가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언니네트워크 등에서 일했고 여러 대학에서 ‘젠더와 정치’, ‘대중문화와 섹슈얼리티’, ‘페미니즘 정신분석학’ 등의 과목을 가르쳤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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