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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예총이 입주해 사용하고 있는 인천문화회관 전경. /사진 = 한국관광공사 제공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인천시연합회(인천예총) 회장 선거에서 나타난 부정<본보 4월 11일자 19면 보도> 말고도 선거 과정에서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공모한 정황이 드러났다.

당선인의 투표용지는 물론 상대 후보의 투표용지에서도 소위 ‘나눠 찍기’가 확인됐다.

인천예총은 지난 10일 사무실에서 황의철 한국예총 사무총장이 입회한 가운데 12대 인천예총 회장 선거의 투표용지를 검표했다. 검표 결과, 전체 55장의 투표용지 중 절반에 가까운 25장의 투표용지에서 ‘나눠 찍기’가 발견됐다. ‘나눠 찍기’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협회가 각각의 자리를 나눠 사전 모의한 곳에 도장을 찍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A후보를 지지하는 B협회와 C협회가 있다고 가정할 때 B협회는 우측 하단에, C협회는 좌측 상단에 도장을 찍어 협회별로 이탈 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문제는 ‘나눠 찍기’가 당선인 뿐 아니라 낙선한 후보의 투표용지에서도 상당수 나타났다는 것이다. 결국 무기명 투표는 형식일 뿐, 실제는 기명 투표나 다름없는 기상천외한 선거 행태를 보여 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인천예총 선거는 9개 단체에서 각각 6명의 대의원과 강화지부에서 1명 등 총 55명이 한 표씩 행사해 회장을 선출한다. 이는 이번 선거에만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이번 선거에서는 또 다른 문제도 나왔다. D협회는 모 후보를 밀어주기 위해 통상적으로 대의원에 포함되는 부회장과 이사들을 배제시키고 활동이 미미한 회원들로 대의원회를 꾸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회장 등을 대의원에 포함시키면 협회장이 지지하는 후보를 찍지 않을 가능성 때문이다.

또 다른 후보는 정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도 전에 식당으로 대의원들을 불러 음식을 접대하면서 포섭활동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지원금이라며 한 협회장에게 봉투까지 주려 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예총의 한 회원은 "30여 년 전에도 회장 선거 때가 되면 동인천 다방으로 불러 커피와 밥을 사주고 돈을 돌렸는데, 아직까지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인천예총의 회장 선거 방식이 보다 투명하게 바뀌는 기회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 후보 측 관계자는 "협회별로 구석에 표를 찍는 것은 예전부터 해 오던 것"이라며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얘기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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