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중단을 선언하자 중국 관변 학자들이 이제는 미국이 성의를 보일 차례라고 주장했다.

 22일 뤼차오(呂超) 중국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연구원은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북한이 명확히 약속하고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밝혔다.

 뤼차오 연구원은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해 미국 또한 대북 제재 축소나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대북 제재에 대해 재고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반도 정세 진전을 볼 때 유관국들이 평화 추진의 기회를 잡는다면 중국이 제기한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이 이뤄질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청샤오허(成曉河)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교수는 "북한이 적극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지만 현시점에서 비핵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그러므로 북한은 한국 및 미국과 정상회담에서 논의하기 위해 비핵화의 세부 사항은 남겨둘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북한의 의도에 신중론을 펴는 중국 학자들도 적지 않았다.

 판지서(樊吉社) 중국 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전략연구실 주임은 펑파이(澎湃)망에 "북한이 외부 제재와 압박에 밀려 양보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을 피하고자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노선 전환을 스스로 발표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리카이성(李開盛) 상하이 사회과학원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도 "정상회담 협상이 아닌 내부 회의 형식을 빌린 이번 노선전환 발표는 북한이 ‘미국의 뜻에 맞춰 춤추지 않겠다’는 것이고 여전히 국면을 자기가 주도하고 싶어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실험 중단을 비핵화 과정의 하나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핵개발 대업을 이미 완성했기 때문에 더이상의 핵실험이 필요하지 않다고도 할 수 있다"며 "당장 대북제재가 완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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