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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과 진심 사이

홍순목 PEN리더십 연구소장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04월 23일 월요일 제10면

홍순목 전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jpg
▲ 홍순목 PEN리더십 연구소장
1997년 IMF 사태는 내가 근무하던 한화에너지가 한화그룹의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게 했고, 회사가 현대정유에 매각된 얼마 후 나는 회사를 떠났다.

 그 당시는 구조조정 여파로 직장을 잃거나 그만둔 많은 대졸 출신 남성들이 여성들의 전유물이었던 보험설계사로 진출했고 이들 남성 보험설계사들은 기록적인 종신보험 판매 실적을 거뒀고 판매왕에 등극한 사람은 전 국민들의 주목을 받았던 시절이다.

 직장을 그만두기 전후로 모 인사로부터 교육을 받아 보라는 안내를 받고 나는 모 생명보험회사의 보험설계사 교육을 받았다. 20년 전에 받았던 교육이라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들은 한 편의 동영상을 보여줬다. 가장의 갑작스러운 죽음 후에 실의에 빠진 부인에게 남성 보험설계사가 찾아가서 편지와 함께 보험 계약서를 제시한다. 그 편지에는 자신이 아내와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것과 그런 마음의 선물로 보험금을 남긴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들은 보험설계사가 되면 얼마를 벌 수 있는지에 대해 교육하지 않았다. 오히려 보험설계사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르는 직장인들의 가족을 돕는 사람임을 강조했다. 보험설계사가 보험을 판매하면 설계사는 수당을 받게 되고 계약자는 보험금을 수령할 자격을 갖게 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욕심이 보이기도 하고 진심이 보이기도 한다. 보험을 판매함으로써 얻어지는 수당을 얻는다는 것을 먼저 생각하느냐 아니면 그들이 받게 될 혜택을 먼저 생각하느냐의 차이이다.

 자신의 전 직장 동료를 찾아가 자신이 실직한 후 보험사에 취직했고 보험을 팔아야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며 읍소하는 상황과 당신과 당신의 가족을 돕고 싶다는 말로 시작하는 상황이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속속 결정되면서 커다란 이름이 새겨진 패널을 목에 걸고 대로변에서 인사하는 후보들이 자주 눈에 띈다. 크고 작은 행사장에는 어김없이 후보들이 나타나서 명함을 건네고 지지를 부탁한다.

 이들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은 이들 후보들에게서 당선되겠다는 욕심을 먼저 볼까 아니면 봉사와 헌신하겠다는 진심을 먼저 볼까?

 지난 십여 년을 공직 후보자로 뛰어 다니며 유권자를 만났던 내가 일반시민으로 돌아와 유권자의 입장이 돼 보니 지난 세월 안보이던 것들이 눈에 들어 온다. 후보자였을 때 내게 말해 주지 않았던 사실을 주민들이 스스럼없이 이야기해 준다. 내 자신이 부끄럽게도 진심보다는 욕심으로 비쳤다는 것이다.

 지역주민들의 기대와 지지로 선출됐지만, 때만 되면 관광성 외유로, 의원들 간의 폭력으로, 이권 연루 등으로 지면에 장식했던 경험들을 떠올리면서 학습효과가 작용했을 수도 있다.

 당장에 유권자의 기억에 이름 석자를 남기기 위한 후보자의 노력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당선되기 위해서는 정당과 이름을 알려야 하고 후보 된 입장에서 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것 못지않게 유권자가 자신을 어떻게 기억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노인께서 천리 길을 멀다하지 않고 우리나라에 오셨으니 우리나라에 어떤 이(利)로움을 주시기 위해서입니까?"라고 묻는 중국 양나라 혜왕에게 맹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왜 하필 이익을 이야기하십니까? 왕이 이익만 생각하면, 왕 아래의 귀족은 어떤 것이 내가 맡은 지역의 이익이 될까만을 생각하고, 그 아래 사람은 집안의 이익만 생각할 것이며, 그 아래 사람은 개인의 이익만을 생각할 것입니다. 왕께서는 이익이 아니라 단지 의(義)로움만을 생각하십시오."

 맹자가 말한 이로움과 의로움의 차이, 6·13 지방선거를 앞둔 유권자들에게 비치는 욕심과 진심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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