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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죄인이 돼서야 되겠습니까?

박태우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초빙교수/정치·외교안보평론가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04월 25일 수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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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우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초빙교수

이제 남북 정상회담을 며칠 앞두고 우리 국민들이 냉정한 현실인식을 해야지 훗날 후손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을 해본다. 숙명적으로 냉전구도하에서 남과 북으로 지난 70여 년을 살아온 우리 민족이 스스로의 지혜와 결단으로 이 문제를 풀 수 없는 현실이 매우 안타까울 따름이다. 실타래처럼 꼬인 한반도 문제다. 지금부터는 냉정한 논리와 현실감각으로 국제정치의 본질을 파악하고 북한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지도자만이 이 복잡한 한반도의 퍼즐을 풀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마치 지금 한반도 문제의 원죄를 양비론으로 풀어보려는 시도가 있다면 이야말로 좌표를 잘못 설정한 현실 진단이란 말을 하고 싶다.

 북한의 독재집단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체제를 유지해온 지난 70년의 역사를 차분하게 되돌아보면 그 답은 한가지로 요약되는 것이다. 지금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이 왜 평가받고 개도국들이 벤치마킹하는 나라가 되었는지를 차분하게 생각해 보면 답이 보일 것이다.

 왜 한국전쟁이 있었는가? 내가 이해하기론, 지구상의 그 어떤 나라도 북한체제를 벤치마킹해서 국가발전 담론을 세우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사교집단의 집단 우상숭배 모델이 아니라면 그리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 헌법정신을 무시하면서 남과 북의 현실을 어중간한 중간 지점에 두고 이 문제를 풀어보려는 시도를 하는 것은 죄악이란 생각이 든다.

 지난 토요일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북한 내의 풍계리 핵시설을 폐쇄(shotdown)하고, 더 이상의 핵 실험, 미사일 실험을 중단한다는 발표를 놓고, 마치 북한이 모든 핵을 포기한다는 약속으로 받아들이는 해석으로 방송을 하는 국내의 일부 언론들을 보면서 필자는 참으로 큰일도 보통 큰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제 핵은 완성되었으니 더 이상 실험이 필요 없다는 것이 주메시지였다. 그 행간의 뜻은 이제 경제 상황이 너무 힘들어서 지금 상태로는 더 이상 추가 실험을 할 돈도 없다는 것일 것이다.

 국제정치학을 공부하고 한반도문제를 나름 분석해 온 나의 눈엔, 핵을 포기해서 궁극적으로 체제보장이 더 안 되는 현실을 모면하고 시간을 벌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먹고 사는 문제라도 풀어보는 ‘돌아가기 전략’ 정도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앞에서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로 경제상황이 악화된 북한체제가 더 이상 이러한 현실을 버티기가 어려운 것이다. 중국도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무한정 핵을 둔 상태에서 북한을 지속적으로 지원키가 어려울 것이다. 냉정히 따져 아직도 중국은 미국의 군사적·경제적인 경쟁자가 아직은 안 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냉정한 평가가 아닌가?

 결과가 보증되지도 않고, 검증 방법이 보장되지 않는 이러한 북한의 선언만을 믿고 또다시 우리가 북한에게 경제지원을 하고 평화협정 운운하는 바보짓을 또 검증도 없이 반복한단 말인가?

 지금은 한반도에선 아직 이념(ideology)의 시대가 종식되지 않았다. 지금 마지막 단계서 한반도에선 번영의 토대인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더 북쪽으로 연장하느냐, 아니면 시대착오적인 북한의 억압체제를 조금 더 연장시키는 남북연방제로 가느냐는 아주 중요한 시기에 있다.

 분명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기초한 자유통일을 이 나라의 정치권력과 국민에게 허용하고 있다. 그 외의 통일론은 나라의 국체(national identity)를 해(害)하고 국민들의 정신적인 정체성을 파괴해 대한민국이 이룩한 업적을 평가절하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 내의 억압체제를 주도하는 세력들에게 물타기를 당하는 역사적 죄인이 되는 길을 가서는 안 되는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이 핵 폐기를 완전히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최단시간 6개월 내에 끝낸다는 약속을 하지 않은 이 시점에 왜 국내의 일부 언론들은 마치 한반도에 큰 평화라도 오는 것처럼 분위기를 띄우는가? 그렇게 하지 말지어다. 역사가 두 눈을 부릅뜨고 우리를 지켜보고 있고, 양심과 정의의 편에서 일하는 국제사회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정치권력은 유한하지만, 국민과 국가는 영원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장 평범한 진리를 부정하는 국민이 돼서는 안 된다.

 북한은 지금의 억압체제로는 긴 시간 체제 연장이 힘들 것이다. 그리고 누가 체제보장을 해준다는 것인가? 궁극적으로는 체제를 아끼는 북한주민들이 보장해 주는 것이다. 남북연방제 논리로 북한의 독재 권력을 더 연장해 줄 수 있는 잘못된 논리는 역사를 더 어렵고 혼돈스럽게 할 뿐이다. 이것이 진리일 것이다.

 며칠 뒤에 필자가 이야기하듯, 북한이 정말로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6개월 이내에 모든 핵 탄두와 시설, 관련재료 등을 제3국으로 이전 폐기하고, 국제사회의 IAEA NPT(국제원자력위원회 핵확산금지조약)에 복귀한다는 약속을 할 수 있는 것인가? 결국 그 말은 나는 김정은의 독재정권이 붕괴되더라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데, 과연 북한의 체제가 그것을 할 수 있는가? 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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