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의 기부 형식에 따라 복지 부문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19- 기부.jpg
시민 모금으로 조성되는 기탁금은 용도를 정하지 않은 비지정 기탁금과 특정 기관 및 단체 등을 지정해 기탁하는 지정기탁금으로 분류된다.

13일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최근 인천지역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 활성화와 시민들의 관심 증가로 기탁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기탁금 대부분이 용도가 정해진 지정기탁금이어서 널리 알려진 복지기관은 기탁금이 쌓이는 반면 그렇지 않은 소규모 기관은 정부 지원이나 모금회의 배분사업에 기대야 하는 실정이다. 소외계층의 긴급 지원 등 일반배분사업 배정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복지 현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인 셈이다.

지난해 인천공동모금회를 통해 모인 모금액 중 대상자가 정해진 지정기탁금은 67%에 달한 반면 소외 이웃에게 폭넓게 쓰일 수 있는 비지정기탁금은 33%에 불과하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70억여 원 중 지정기탁금은 114억여 원, 비지정기탁금은 56억여 원으로 두 배가량 차이가 났다.

이는 기탁금 규모가 큰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복지사업을 지정해 기부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비지정기탁금보다는 사용처가 명확하고 알려진 복지기관에 지정기탁금을 내놓으면 기업 홍보에 유리하다는 이유도 있다. 여기에 지난해 확산된 기부 불신으로 시민들까지 직접 기부금을 받을 대상자나 시설을 지정하는 일이 늘어난 점도 원인이 됐다.

결국 비지정기탁금 감소는 복지 현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물론 소외계층에 지원하는 각종 배분사업 예산 부족으로 이어지는 실정이다.

현재 인천공동모금회의 배분사업 분야는 통합긴급지원사업을 포함한 기초생계 지원 외에도 교육자립 지원, 주거환경·노후 시설 개선, 심리·정서 지원, 저소득층 문화 격차 해소 등 다양하다. 이들 사업 대부분은 계속사업이라 예산을 줄일 수도 없는데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지원 및 증액 요청이 이어지지만 비지정기탁금이 늘지 않아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지정기탁보다는 비지정기탁이 더 늘어나야 복지 분야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 해소는 물론 소외계층에 대한 다양하고 폭넓은 지원이 가능하다는 게 인천공동모금회의 입장이다.

인천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지정기탁금이든 비지정기탁금이든 어려움에 처한 저소득층 시민들을 위한 소중한 시민의 정성"이라면서도 "기탁금은 모든 사업에 적절하게 배분해야 하는 만큼 비지정기탁금이 늘어나지 않는 이상 하나의 사업 예산을 더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키워드

#기부금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