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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게

최원영<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05월 18일 금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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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영
아주 깡마른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는데, 그녀는 청년이 체중을 조금 불리라는 의도로 다음과 같은 조건을 걸었습니다.

 "3개월 후까지 체중을 불리세요. 만약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때 당신과 결혼하겠어요."

 약속한 날짜가 되었습니다. 청년은 여인을 만나 체중을 재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가는 길에 걸인을 만났습니다. 걸인에게서 심한 악취가 났기 때문에 행인들은 코를 막기도 하고 심지어는 욕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그 청년은 지갑에서 돈을 꺼내 걸인의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걸인을 바라보는 청년의 눈빛은 참으로 따뜻했습니다. 허겁지겁 약속장소에 도착한 청년을 보고 여인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제 당신 청혼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아직 체중을 재지 않았는데도 그녀가 청혼을 받아들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청년이 걸인에게 보인 행동을 여인이 지켜보았기 때문입니다. 여인이 이렇게 말했거든요.

 "조금 전에 걸인에게 한 행동을 보고 저는 당신의 무게를 쟀거든요."

 참 현명한 여인이고, 고운 마음씨를 가진 청년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느낌」이라는 책에 옷감가게에 들어간 아가씨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가씨가 가게주인에게 "소리가 나는 비단 옷감이 있나요?"라고 물었습니다. "있습니다. 이것은 예물용으로는 최고급 비단입니다. 원하시면 염색도 해드릴 수 있어요."

 아가씨는 색깔은 상관없다고 말하면서, 중요한 것은 이 옷감에서 나는 소리가 잘 들리느냐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주인이 그 이유를 묻자, "이 옷감은 제 결혼식 때 입을 예복용 옷감입니다. 저와 결혼할 남자는 앞을 보지 못합니다. 제가 그 사람 곁에 있는지를 이 옷감이 부딪치는 소리로 알 수 있게 하려고요"라고 했습니다.

 자신이 존재하는 의미를 상대에게 맞춰주는 것을 ‘사랑’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배경이 돼주고 그늘이 돼줄 수 있습니다. 사랑은 상대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귀하게 여기는 그 마음이 곧 인격이고 무게이겠지요.

 무척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눈보라가 얼마나 심하던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한 노인이 양손에 무거운 짐을 든 채 걸어가고 있습니다. 신발이 잘 떨어지지 않을 만큼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날입니다. 이제 노인은 꽁꽁 언 강을 건너기만 하면 자신이 사는 오두막에 도착할 수 있는데, 한 걸음도 옮기기 힘들 만큼 지쳐 있습니다.

 그때 말발굽 소리가 노인의 등 뒤에서 들렸습니다. 힐끗 쳐다보니 두 명의 젊은이가 말을 타고 쏜살같이 노인의 곁을 지나쳤습니다. 노인은 그 뒤에 달려오는 청년에게 손짓을 해서 세우고는 강 건너 저 오두막까지 태워줄 수 있겠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청년은 흔쾌히 그러겠노라고 말한 뒤 노인을 태운 뒤 말을 천천히 몰았습니다. "어르신, 제 앞에도 두 사람이나 말을 타고 갔는데, 왜 그들에게는 부탁하지 않으셨어요?"

 "그들은 앞만 보고 달리고 있었소.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들에게는 좌우를 볼 여유가 없거든요. 그런데 당신은 달랐소. 내가 돌아보니 당신은 말에서 내려 먼 곳을 응시하기도 하고 나무에 내려앉은 하얀 눈을 감상도 하더군요. 그래서 당신에게 부탁하면 들어줄 거라고 생각했소. 내가 장담하건대, 당신은 앞으로 큰일을 할 사람이 될 거요."

 노인의 예측은 맞았습니다. 훗날 토머스 제퍼슨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청년은 미국의 3대 대통령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요즘 정치인들의 거친 말과 재벌가의 갑질 논란으로 무척 흉흉합니다. 언행은 그 사람의 인격입니다. 사랑이 담기지 않은 언행은 상대의 가슴에 깊은 상처만을 남깁니다. ‘내’가 마주하는 모든 사람들은 ‘나의 무게’를 재는 사람일 겁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며 자문해봅니다.

  ‘나의 무게는 얼마나 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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