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안양시 동안구 한 상가에 에어컨 실외기가 밀집돼 있어 화재 위험을 안고 있다. 현행법상 바닥면 2m 이상인 지점에 설치된 실외기를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어 도심 속 ‘화약고’로 방치된 실정이다. 안양=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 3일 안양시 동안구 한 상가에 에어컨 실외기가 밀집돼 있어 화재 위험을 안고 있다. 현행법상 바닥면 2m 이상인 지점에 설치된 실외기를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어 도심 속 ‘화약고’로 방치된 실정이다. 안양=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경기도내 다중이용시설 등 주요 번화가에서 ‘때 이른 무더위’에 에어컨을 트는 상점들이 늘고 있지만 부속시설인 에어컨 실외기에 대한 설치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관리가 부실하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4일 경기도 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도내 31개 시·군에서 발생한 에어컨 실외기 화재 건수는 총 100건에 달한다. 연도별로는 2015년 22건에서 지난해 54건으로 2배 이상 많아졌다.

국토교통부령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는 에어컨 실외기는 도로 바닥면에서 2m 이상의 높이에 설치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건물 시가표준액의 10분의 1의 이행강제금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도내 주요 상가밀집지역마다 설치기준을 어긴 에어컨 실외기가 수두룩한 실정으로, 관계 기관은 단속인력 부족을 이유로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 일부 번화가에서는 열을 발생시키는 실외기가 한곳에 대량 설치돼 있었지만 이를 관리할 법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화재사고가 우려됐다.

이날 오후 2시께 안양시 동안구 소재 한 11층짜리 건물에는 각 층 베란다에 20여 개의 실외기가 설치돼 가동되고 있었다. 건물은 ‘ㄷ’자형 구조로 돼 있어 건물 안쪽은 실외기 소음이 심하게 울렸다. 낮 기온 28℃와 실외기가 내뿜는 열기로 인해 숨이 막혔다. 벽을 뚫고 각 실외기에 연결된 선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지만 모두 도로면에서 2m 높이에 설치된 실외기를 규정할 방법은 없었다.

범계역 근처 한 상가 주차장은 20여 개의 에어컨 실외기가 쌓여 있었다. 먼지가 수북이 덮인 실외기들은 약 1m 높이에 설치돼 있었지만 덮개가 씌워져 있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주차장이 있는 다른 건물들 역시 실외기가 설치돼 있는 외벽 앞에 차량은 물론 각종 쓰레기와 청소도구 등이 세워져 있었으며, 실외기 대부분이 고정돼 있지 않아 앞으로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

화성시 병점동 상가 인도 바로 옆에 실외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덮개가 씌워져 있지 않은 것이 많았다. 보행자들은 실외기에서 나오는 열기로 인해 손으로 부채질을 해 가며 실외기 앞을 빠르게 지나갔다.

수원시청역과 영통역은 상가건물들의 좁은 사이에 실외기가 설치돼 있었으며, 성인 한 명조차 들어가기 힘든 이곳에는 LPG통이나 배전반까지 붙어 있었다. 한 음식점의 경우 실외기가 설치된 골목에 조리용 생선을 보관하는 수조를 놓아 둬 위생 상태가 염려됐다. 또 다른 골목은 흡연자들이 던진 담배꽁초를 비롯해 실리콘통, 스티로폼 등 건축자재들이 버려져 있어 사고 위험에 노출되기도 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에어컨 실외기 관련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즉각 현장에 나가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도 재난안전본부 관계자는 "실외기 팬에서 뜨거운 열기가 나오기 때문에 반드시 규정에 맞도록 덮개를 씌워 놓아야 한다"며 "자칫 덮개를 씌워 놓지 않은 채 실외기 주변에서 담배를 피거나 가연물질을 두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박종현 인턴기자 qwg@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키워드

#실외기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