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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법 공유하며 친목 도모까지… 도심 속 피어난 행복 녹색지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LH 나눔텃밭

김재학 기자 kjh@kihoilbo.co.kr 2018년 06월 07일 목요일 제14면

수백 개의 빌딩과 아파트가 있는 경기도내 대표적 주거단지인 용인시 기흥구 흥덕지구 내 한가운데 드넓은 공터가 있다. 일명 ‘흥덕텃밭’으로 불리는 이곳에서는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삽과 비닐을 가지고 비닐하우스를 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인근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로, 평범한 직장인 또는 주부들이지만 이곳에서는 프로 농사꾼으로 변신한다.

 3년째 텃밭에 토마토를 기르는 박해수(48)씨는 "도심 한가운데에서 내 손으로 직접 키우는 토마토·고추·상추 등이 자라날 때마다 매우 기쁘다"며 "조그마한 텃밭으로 인해 일상이 달라지고 있다. 이제 유일한 삶의 기쁨이며 행복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흥덕텃밭에는 527가구가 각각 16.5㎡의 작은 텃밭을 임대해 가꾸고 있다.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1만4천975㎡의 텃밭 지대는 버려져 있던 공간이었다. 원래 고등학교가 들어서려 했으나 여러 가지 환경과 주변 지역의 이해관계로 무산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지역본부는 2013년부터 보유토지가 된 이곳을 주민들을 위해 ‘LH 나눔텃밭’으로 오픈했다. 현재까지 매년 300여 명의 지역주민 등이 참여해 올해까지 주민 2천여 명, 장애인 350여 명이 경작에 참여했다.

▲ 용인시 흥덕지구 내 위치한 ‘LH 나눔텃밭’에서 주민과 아이들이 채소를 경작하고 있는 모습.
# 사람, 자연과 소통하다

 6년 전 시작된 텃밭 나눔 사업은 점차 활기를 띠더니 이제는 경작할 밭이 없어서 대기해야 할 정도다. 현재 이곳은 단순히 개인의 텃밭을 가꾸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농법을 공유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주민들의 사랑방이 됐다. 옆집 이웃과 눈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도심 한가운데 있는 텃밭은 그야말로 주민들과의 소통공간이다. 처음 해 보는 농사일을 통해 겪는 갖은 시행착오와 실수는 오히려 주민들과의 소통을 더 활발하게 하는 동력이다.

 지난해부터 경작에 참여하고 있는 김은지(55·여)씨는 "단순히 식물을 재배한다는 의미보다 이곳을 방문해 함께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이 좋다"며 "소통이 부족한 시대에 살아가는 데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힐링(휴식)공간이 되고, 더불어 수확한 채소들도 주변 이웃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기쁨이 두 배가 된다"고 말했다.

 특히 LH 나눔텃밭을 분양받은 경작자들은 생태환경을 위한 경작 시 ‘4불 3지향’ 원칙을 지켜야 한다. 살균·살충제, 제초제, 화학비료, 비닐피복을 쓰지 않고 자가 거름 만들기, 전통농업 복원, 공동체 운동 등을 지향토록 했다.

 또 5인의 경작자를 1개 모둠으로 구성해 이웃들과 소통기회를 제공한다. 각 모둠은 전체 면적의 4분의 1을 공동텃밭으로 운영하고, 모둠별로 생산된 농산물은 지역 아동센터와 노인시설 등 저소득계층에 전달된다.

▲ ‘LH 나눔텃밭’ 전경
프로 농사꾼 되기

 LH 나눔텃밭은 전문적인 재배교육도 함께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장도시농부학교’를 매년 개최해 경작에 참여하는 주민들에게 전문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현장도시농부학교는 초보 도시농부에게 농업 이론·실습교육을 제공하며 농사 짓는 법을 알려 주는 프로그램이다. 2013년 처음 개강한 후 지난해까지 모두 400명의 주민이 참여하는 등 호응이 높다.

 현장도시농부학교에 참여하는 박현종(44)씨는 "처음 해 보는 경작에 우왕좌왕했는데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후 체계적인 교육과 다양한 현장실습을 통해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교육을 통해 더 많이 자연을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많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도시농부교육이나 주말텃밭에서 체험하기 어려운 벼농사를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논에서 직접 배우는 ‘생명이 순환하는 논학교’를 통해 못자리 만들기, 손모내기, 벼베기, 탈곡 체험, 토종벼 종자 채종하기 등 총 14주에 걸쳐 논농사의 전 과정을 체험한다.

 이와 함께 ‘청소년농장학교’를 통해 매년 농장 인근 초·중·고 20여 명의 학생들이 흙으로부터 시작되는 삶의 순환을 깨닫고, 땀 흘리며 작물을 기르고 수확하는 과정을 통해 청소년기에 흔히 겪는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능력을 향상시켜 주고 긍정 경험의 축적과 회복탄력성 효과를 얻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 모내기
# 텃밭은 문화공간

 LH 나눔텃밭은 채소를 재배하는 단순히 텃밭의 기능만 하는 곳이 아니다. 농업 체험 외에도 텃밭 사진전시회, 텃밭 장터 및 영화제 개최, 어린이와 함께 하는 텃밭 곤충이야기 등 지역사회 활성화와 공동체 복원을 위한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정기적으로 다양한 지역 문화공간으로 활용됨은 물론 지역 내 공간이 필요한 시민들에게 무료 제공되고 있다.

 또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고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를 함께 일궈 감으로써 최근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 등에 따른 환경·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도시농업을 실천해 후손을 위한 환경의 지속가능 보존을 다함께 고민하고 있다.

 

▲ 개소식 모습.<LH 경기지역본부 제공>
이처럼 LH는 단순한 주거공간 제공에서 벗어나 텃밭과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 등 지역민들에게 다양한 지원을 하면서 활동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원명희 LH 경기지역본부장은 "매년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민들과의 소통과 함께 공사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장서려고 한다"며 "앞으로도 LH는 보유토지 등 공사의 자원을 공유하는 열린 경영의 마인드로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공기업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재학 기자 kjh@kihoilbo.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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