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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 새 시대 개막을 알리다

이재석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전 한국정치외교사학회 회장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06월 14일 목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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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석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4개항의 공동합의문에 서명했다. 공동합의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안전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하고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확고하고 변함없는 노력을 재확인하면서 ① 미국과 북한의 새로운 관계 수립 ②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 ③ 4-27 판문점 선언의 재확인과 북한의 비핵화 작업 시행 ④ 전쟁포로, 전쟁 실종자의 유해송환과 수습을 약속했다.

 미국과 북한 정상의 싱가포르 회담과 공동합의는 1950년 한국전쟁 후 70년 가까이 지속돼 온 양국 사이의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역사적 이벤트가 됐다. 이번에 미국과 북한이 정상회담 개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까닭이 몇 가지 있다. 우선, 70년 가까이 계속된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새 시대를 여는 회담이 가능했던 것은 역설적으로 지난 연말 심화된 미국과 북한의 적대와 절박한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북한의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이 2018년 상반기에 완성될 것이란 예측은 미국에 위기의식을 불러오고, 그 이전에 미국이 북한의 주요 거점을 폭격할 것이란 정보는 북한지도부를 불안에 떨게 했다. 이 극단적인 위기의식이 양측 지도부에 빅딜이란 발상의 전환을 가져다줬다. 생각건대, 미국과 북한이 상호 안일한 상황인식을 갖고 있었다면 북한문제는 중동문제나 통상문제에 가려져, 기존의 북미 관계가 연속됐을 것이다.

 둘째,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의 가교역할이 컸다. 평창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북한을 방문한 문 대통령 특사가 미국에 북한의 정상회담 의중을 전달해 그것이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다. 셋째, 트럼프와 김정은 양인의 개성이나 권위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전임자와 달리 트럼프는 가용한 국내외 제재수단을 활용하면서 특히 중국이란 지렛대의 중요성을 간파해 미국의 국력을 이용해 중국이 대북제재를 이행하게끔 압박했다. 뿐만 아니라 그가 가진 협상에 대한 자신감이 쉽게 정상회담 제안을 수락하게 만들었다. 김정은의 개성과 권위 또한 정상회담 개최에 크게 기여했다. 그는 북한 최고지도자가 된 후 무소불위의 정치권력을 행사했지만 안정적인 지도체제를 확립했다. 수령체제를 특징으로 하는 북한에서 안정적인 권력을 확보한 그였으므로, 그는 자신 있게 대미정책의 획기적 전환이란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공동합의문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의 비핵화(CVID)를 담고 있지 않으므로 미국이 북한에 밀린 회담이라고 보거나, 심지어 김정은이 비핵화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번 회담은 트럼프가 김정은에 밀린 회담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양자 합의가 회담 전 미국이 실현하고자 한 북한 비핵화 수준이나 관측통들의 기대치에 미달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비례적으로 공동합의문은 또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 보장(CVIG)이란 표현이나 종전선언을 담고 있지 않다. 이런 이유로 이번 회담이 미국이 북한에 밀린 회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상회담 결과는 후속적인 고위급회담을 추진해 실행에 옮길 것이라 했기 때문에 국내외 일각의 폄하처럼 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를 과소평가할 수도 없다. 이번 회담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재확인하고 미국과 북한의 적대 관계를 종식시키며 남북한 평화공존과 교류협력을 약속한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역사적인 회담이다.

 역사가 끊임없는 진행형이듯, 어떤 문제의 해결 과정 또한 끊임없는 진행형이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은 북한비핵화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완결판이 아니라 그것들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새로운 출발점일 뿐이다. 미국과 북한 사이의 또는 한반도 주변 관련 당사국 사이의 추가적인 고위급회담이나 정상회담 개최가 예고된 바, 그를 통해 북한의 핵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로드맵이 만들어질 것이며, 향후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국제정치 지형도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선언의 실천 또한 북미 정상회담의 효력에 연동돼 있기 때문에, 우리 한국은 판문점선언을 실천하는데 완급을 조절해 유연하게 그리고 지혜롭게 임해야 한다. 급변하는 시대 실기(失機)도 환상에 사로 잡힌 조바심도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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