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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30]군사도시 의정부 ‘웰빙도시’ 날개 편다

시 전체 면적의 7%… 미군 반환 공여부지 적극 활용
대립이념 넘는 제3의 물결 ‘新 한반도 평화시대’ 대비

신기호 기자 skh@kihoilbo.co.kr 2018년 07월 24일 화요일 제20면

의정부하면 입영 장병들이 거쳐 가는 306보충대와 미군부대, 부대찌개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경기도청 북부청사 등 행정기관이 많아 북부지역의 수부도시 역할도 하고 있지만 그 역사를 논할 때 반세기 이상을 함께 한 미군부대를 빼놓을 수 없다.

 306보충대는 1950년대 창설과 이전을 거쳐 1989년 의정부시 용현동에 자리를 잡았다. 매년 입영자와 보충병 등 10만여 명이 이곳을 다녀갔고, 군입대를 위해 처음 방문한 이들에게 의정부의 군사도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의정부는 한국전쟁 때부터 서울로 진입하고 나가는 중요 관문으로서 군사적 요충지를 담당해 왔다. 조용한 옛 의정부읍이 있었지만 한국전쟁을 거치고 휴전이 되면서 군사적 중요성과 외국 군부대의 장기 주둔으로 국제화된 군사도시로 변모했다.

 본보는 306보충대부터 부대찌개까지 군부대와 함께 한 의정부의 과거와 현재를 재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

▲ 현재 캠프 홀링워터 남측기지. 2017년 6월 텃밭 등 무한상상공원이 임시로 조성돼 시민들에게 휴식과 힐링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 미군부대와 의정부, 그 긴 인연의 시작

 1953년 7월 휴전이 발효되자 우방국 철수군을 바라보며 불안해 하는 한국인들의 걱정을 불식시키려는 듯 의정부에 영구히 주둔할 군단사령부가 건설된다. 1953년 전후로 거대한 미군기지들이 의정부에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가능동의 자갈과 돌뿐인 벌판에 서부전선을 담당하는 미 1군단 사령부의 영구 콘셋 막사(반원형 막사)들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군이 1954년 5월까지 재건하거나 건설한 학교, 고아원, 병원 등은 350여 곳에 이른다.

 

▲ 2007년 겨울 미군 철수 직후의 의정부역 일원 캠프 홀링워터 남측기지.
처음 미 1군단 사령부가 들어선 가능동의 사령부는 캠프 잭슨이었으며, 시민들은 이 부대를 그냥 군단이라 불렀다. 캠프 잭슨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미군클럽이 즐비한 가능동 거리를 미군들은 잭슨 스퀘어 광장이라고 불렀다. 캠프 잭슨은 1957년 5월 18일 미 국군의 날 한국전쟁의 영웅 ‘미첼 레드 클라우드’ 상병의 이름을 기려 캠프 레드 클라우드로 재명명해 오늘날까지 불리고 있다.

 미군기지 8곳의 면적은 5.7㎢로 시 전체 81㎢의 7%에 달했다.

# 미군부대와 함께 한 생활상

 전쟁의 폐허에서 가진 것 하나 없이 피난길에서 돌아온 주민들에게 정착한 미군기지들은 생존을 위한 서광이었다. 주민들은 초기에 미군기지 주변에 정착촌을 세우면서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도움을 얻었다.

▲ 캠프 홀링워터가 철수한 후 개발된 현재 의정부역 일대 야경.
 1980년대까지 의정부에는 가능동 일대를 중심으로 미군을 상대로 한 업종이 많았다. 미군들을 위한 옷가게, 식료품점, 연회장 등이 주를 이뤘다. 요즘 클럽으로 불리는 연회장은 ‘미군홀’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주민들은 당시 미군부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자녀는 적어도 굶을 일 없이 유복했다고 말한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식재료들을 볶아 만든 음식이 부대찌개의 기원이 된 것도 유명하다.

# 미군부대 그리고 사람들

 미군 주둔으로 인한 의정부 주민들의 추억거리도 있다. 캠프 라과디아와 스탠리에서 헬기가 이착륙하는 소리부터 매년 7월 4일 미국독립기념일에는 폭죽이 퍼져 나왔다. 당시 고층 빌딩이 없던 의정부 밤하늘로 쏘아지는 불꽃놀이를 구경하기 위해 동네마다 사람들이 몰리기도 했다. 시내 곳곳에서 미군부대 장병이나 기지 직원 등 미국인들의 모습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 작년 10월 안병용 의정부시장과 스콧 매킨 미2사단장이 캠프 홀링워터 북측기지에 세워진 한미우호증진 상징 조형물 앞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민락동에 거주하는 주민 신모(62)씨는 1970년대에 외출을 나온 기지 직원과 인연이 닿아 매년 명절마다 찾아와 제사 음식을 나눠 먹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지금은 그 친구도 나이가 먹고 연락이 되지 않지만 1990년대 전국노래자랑 외국인 특집에 나가 인기상을 탈 정도로 흥이 많았던 친구였다"며 "1980년대 후반 장사를 시작했을 때, 아이를 낳았을 때, 여러 인생 기점에 항상 찾아와 축하를 해 줬었다"고 회상했다.

# 의정부, 30년 세월 군사도시 이미지 벗고 경기북부 중심도시로 ‘우뚝’

 미군기지 철수로 시작된 ‘희망과 기회의 땅’ 의정부는 지난 반세기 이상 전국에서 가장 많은 주한미군 주둔지를 둔 곳이다. 하지만 2007년부터 기지 반환이 이뤄지며 희망과 기회의 땅으로 변모하고 있다.

▲ 2007년 겨울 캠프 라과디아. 우리나라에 반환된 직후 모습이다.
 미군 반환공여지 5곳은 아직 반환되지 않은 미군 기지 3곳을 제외하고 의정부시 전체 면적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의정부시 행정혁신위원회가 1953년부터 2007년까지 미군기지 주둔으로 부과 못한 세수, 개발 저해 등을 분석한 결과 지역경제 피해액이 4조6천여억 원에 이른다.

 1970·80년대엔 미군을 상대로 상권이 크게 형성된 시절도 있었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는 미군들이 도시 외곽이나 서울로 이주하며 군부대 의존도가 크게 떨어지기도 했다.

▲ 1970년대 후반 의정부역 앞 캠프 홀링워터.
# 지역 발전 가로막던 미군기지, 이젠 시민들의 품에

 시는 지역 발전을 가로막던 미군기지를 새로운 활력소로 삼기 위해 공여지 개발사업을 통해 시민들의 품으로 돌려 보내고 있다.

 경비행장이 위치했던 캠프 라과디아 15만3천㎡는 일대 도로를 확장한 상태로 향후 체육공원이 조성될 계획이다. 주요 부지는 현재 공영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경전철을 타고 시청에서 의정부경찰서 방면으로 이동할 때 확연히 눈에 들어온다.

 가장 상징적인 변화가 온 곳은 의정부시내 중심에 있던 캠프 홀링워터다.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 앞 옛 캠프 홀링워터 북측기지는 지난해 10월 근린공원으로 탈바꿈했다. 1951년 건설된 홀링워터는 반환 전까지 시설 공병대, 주한미군 방송(AFKN), 경기북부 파견사무실 등 지원시설이 들어서 있었다.

▲ 캠프 시어즈·카일 옛 부지에 마련된 경기북부 광역행정타운 전경. 의정부준법지원센터와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이 보인다.
 홀링워터는 의정부역 앞에 있는 북측기지 1만1천497㎡와 신세계백화점 앞 남측기지 1만5천581㎡로 구분된다.

 북측기지는 안보·통일공원으로 변신해 베를린 장벽, 시 승격 50주년 기념비, 안중근 의사 기념공간이 설치돼 있다. 준공식 때 시는 이곳에 미2사단 창설 100주년을 기념해 타임캡슐을 묻었다. 미2사단은 군화, 기념주화, 잡지, 엽서 등을, 시는 교류 기념품, 시정백서, 통계연보 등을 각각 넣었으며 캡슐은 2117년 개봉된다.

 남측기지의 경우 임시로 텃밭 등 무한상상공원이 조성돼 시민들의 휴식과 힐링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주말이면 이곳에서 직접 심은 채소를 돌본다는 시민 정희정(42·여)씨는 "시내에 나오면 마땅히 산책할 공간이 없었는데 유동인구가 많은 역 주변에 탁 트인 공원이 생겨 좋다"며 "과거 삭막해 보이기만 했던 미군부대 담장도 없어져 한결 편안한 이미지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2000년대 초 캠프 시어즈·카일 철수 전 모습.
# 미군 유류 저장소가 경기북부 행정타운으로 변모

 미군의 유류 저장 및 보급소 기능을 수행하던 금오동 캠프 시어즈·카일에는 경기북부 행정타운이 마련돼 있다. 경기북부경찰청과 의정부준법지원센터, 건강보험공단 등 10여 개 기관이 들어섰고 현재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합동청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천보산 자락 아래 26만1천200㎡에 이르는 행정타운은 인근 경기도청 북부청사와 함께 경기북부 행정중심지로서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평소 이곳 주변으로 산행을 한다는 권상호(53)씨는 "미군부대가 있던 시절과는 경관 자체가 달라졌다. 여러 기관이 입주해 의정부도 군사도시를 벗어나 통일시대 행정의 중심지 역할을 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 반환 미군기지인 캠프 라과디아를 관통하는 도로 개통 모습.
 금오동 캠프 에세이욘에는 2014년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가 입주했으며, 을지대학교 캠퍼스 및 부속병원이 2021년 3월 개교·개원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부속병원은 1천234병상을 갖출 예정으로 분당서울대병원 1천328병상에 이어 경기지역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 밖에도 호원동 캠프 잭슨기지는 2022년까지 예술공원을, 고산동 일대 캠프 스탠리는 쾌적한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복지와 의료, 문화, 레저, 커뮤니티 등 융·복합형 주거단지 ‘액티브 실버시티’로 개발될 예정이다. 특히 시는 한미연합사단 본부와 미 제2보병사단이 주둔하고 있는 가능동 캠프 레드 클라우드가 반환되면 캠프 내 288개 동을 활용한 안보테마관광단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 2012년 9월 의정부시 중심부에 늘어져 있던 캠프 홀링워터 블록담장이 반세기 만에 허물어지는 모습.
# 남북 교류·협력시대, 사회적·경제적 더 큰 성장 기대

 1963년 시로 승격될 당시 6만2천 명이었던 의정부의 인구는 올 현재 44만 명에 육박한다. 과거 미군기지의 존재가 도시공간을 무계획적으로 만들기도 했지만 대규모 반환공여지 개발사업으로 경제적 파급 효과도 점차 커질 전망이다.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경기북부지역 중심도시로서의 의정부의 성장을 기대해 본다.

  의정부=신기호 기자 sk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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