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전국 최초로 ‘평화시대를 여는 통일시민 교과서(이하 통일교과서)’를 개발, 지난해부터 일선 학교에 배포했다.
초·중·고교 등 각 학교급별로 나눠 제작된 통일교과서는 선택 교과(중학교) 또는 생활·교양 교과(고등학교)로 편성하거나 범교과 학습 주제와 계기교육 자료 등 특정 전공 교과로 국한하지 않고 모든 교사가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통일교과서의 일부 내용이 현실과 맞지 않거나 교육에 부적절한 내용이 담겨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학교 교과서 내 ‘한반도와 평화’를 다루는 단원에서 최근 성추행 논란을 겪고 있는 고은 시인의 시 ‘성묘’를 수록한 뒤 ‘평화를 노래하고 싶은 시인’으로 소개하고, 평화에 대해 생각해보는 활동으로 ‘죽음을 먹는자’와 ‘불사조기사단’ 등 해당 영화 또는 책을 읽지 않은 학생들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담긴 ‘영화 해리포터로 생각하는 평화’를 제시했다.
또 다른 활동영역에서는 1999년 개봉작인 ‘쉬리’와 2000년 개봉작 ‘공동경비구역 JSA’ 및 2010년 개봉작 ‘의형제’ 등 3개 영화에 대해 인터넷 검색으로 작품의 줄거리를 찾아본 뒤 영화에 담긴 우리나라의 현실을 생각하도록 했지만, 인터넷 검색만으로는 결말과 영화 속에 담긴 의미 등을 제대로 알 수 없어 실제 교육에는 활용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남북분단의 원인과 과정에 대해서는 ▶일제의 식민통치 이후 미국과 소련의 분할점령 ▶미국·영국·소련의 모스크바 3국 외상 회의에서 한반도 신탁통치안 결정 ▶1948년 4월 남북협상회의가 열렸음에도 같은 해 8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뒤 9월 북한정권이 수립되면서 분단이 고착됐다고 설명하는 등 분단의 원인을 외부 세력 또는 남한에 의한 것처럼 적시하고 있다고 지적됐다.
한 교사는 "통일을 위한 노력에 대해 교과서는 1972년 ‘7·4남북공동성명 발표’와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 발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2007년 ‘10·4 선언’ 및 2015년 ‘남북 적십자 실무 접촉’ 등의 내용만 담고 있어 올해 열렸던 남북정상회담 등의 내용을 추가하는 등의 교과서의 최신화 및 부적절한 내용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변화된 정세 및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등을 반영해 올 3월부터 7월 말까지 고은 시인의 시를 삭제하거나 활동영역에 제시된 영화를 최신 영화로 교체하고 4·27 판문점 선언 내용을 추가하는 등 수정작업을 마쳤다"며 "수정된 교과서는 9월 중 배포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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