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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보는 세상

김락기(한국시조문학진흥회 명예이사장/객원논설위원)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08월 22일 수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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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락기(한국시조문학진흥회 명예이사장/객원논설위원)
올 더위는 서프리카라고 할 만큼 서울을 비롯한 기호지방 더위가 심했다. 초열대야 현상으로 잠 못 이루는 것은 물론 일사병·열사병 환자도 많았다. 이 폭염을 극복하는 방법의 하나가 자전거 타기다. 한낮을 피해 잘 닦인 천변을 서행하는 것이다. 밤에 타는 것도 괜찮다. 자전거는 교통수단, 레저, 스포츠, 건강 따위로 활용된다. 영국의 SF소설가 H.G.웰즈는 천국에는 자전거 길이 아주 많을 거라며 자전거 타기를 상찬했다.

 값비싼 것이 아닌, 서민들이 흔히 이용하는 생활용 자전거를 타고, 쉬이 가까운 거리를 오갈 때 보고 느끼는 세상을 살펴본다. 필자는 중학교 때 삼천리자전거를 선물 받아 시오리 비포장 시골길을 신나게 등·하교한 바 있다. 지금은 아내가 구해놓은 중고 자전거로 거주지 인근 곳곳은 물론 천변을 따라 야외로까지 어디든 다니고 있다. 재래시장, 우체국, 마트, 은행 등의 볼일은 물론 누구를 만날 때도 활용한다. 앞뒤에 짐칸까지 있어 더 낫다.

재래시장에는 어물전 가오리, 노점상 홍고추, 국밥집 막걸리 손님을 볼 수 있다. 왁자함 속에 살아있는 인간을 느낀다. 우체국에는 시조집 박스 포장을 도와주는 나이 지긋한 파견직 아저씨가 정겹다. 은행에 온 손님은 피서 겸 차례를 기다리며 조는 이도 있다. 집안에 에어컨도 없이 열대야와 싸워가며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이 녹아있는 것이 이른바 생활용 자전거다. 기름값 걱정도 없고 환경공해도 없다. 너무 편리하고 늘 곁에 있어서 오히려 잊고 산다. 이것이 서민의 세상이다. 있는 듯 없는 듯 그저 제각기 평화롭게 살아간다.

잘 하는 정치는 바로 이런 거다. 정치를 누가 하는지도 모르고 살아갈 때 서민은 행복하다. 자전거로 보는 세상이 이런 거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한번 언론에 흘렸다가 여론이 악화되면 금방 말을 뒤집는 정부 정책으로는 안 된다. 발표도 신중해야겠지만 장래 대안이 번히 내다보임에도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사탕발림 말로 무마하려해서는 곤란하다. 작금의 연금대책이 그러하다.

 필자는 이전 직장생활에서 서울 강남·북 사이를 출퇴근한 바 있다. 그때도 자전거 도로가 제대로 되어있다면 이용할 텐데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아직도 강남·북 간이나 서울 외곽·도심 간에 자전거로 다니기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차제에 서울 종로에 설치된 2.6km 구간 자전거 전용차로가 제 구실을 못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오토바이, 택시, 관광버스가 뒤엉기어 불편하다는 것. 구도심의 지역상권 및 교통특성 등에 관한 종합적인 고려를 간과한 탓일 게다.

또한, 십수 년 전 스위스 레겐스도르프라는 취리히 외곽 마을에서 아침녘에 자전거를 타고 가던 한 소년을 기억하고 있다. 잘 포장된 도로에서 오가는 차량이 없는데도 횡단보도 수동신호조절기를 녹색신호로 바꾼 다음, 자전거로 건너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자전거 인구 1,500만 명이라는 우리나라도 이제 그런 자전거 운행문화가 이뤄져야겠다.

 때마침 신도시 세종시는 사물인터넷을 이용한 공용자전거 ‘뉴어울링’을 운영한단다. 스마트폰 활용으로 이용과 결제가 이루어진다. 앞으로 건설되는 신도시는 물론이려니와 기존 중소도시나 읍면 마을에도 자전거 도로의 확충과 운영이 고려되면 좋겠다. 마침 ‘세계 희귀자전거 전시회’가 있다하여 지난주에 국립과천과학관을 다녀왔다.

세계 최초의 자전거로부터 시대별 다양한 형태들이 200년의 자전거 역사를 보여주었다. 여기서 전시 자전거의 소장자인 LS그룹 구자열 회장의 인터뷰기사를 주목한다. "4대강 자전거 길은 일본·유럽 등 외국에서 더 유명하다. 국가브랜드로 키워야할 대표상품이다. 예전 정권에서 한 일이다보니 홀대받는 측면이 있다"는 것, 동감한다. 사람은 누구나 공과가 있다. 적폐청산이라 하여 전직 대통령이 한 일을 모두 죄악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지난 5월 아시아의 사이클 축제 ‘투르 드 코리아’와 7월에는 23일 동안 3,329km를 달린 유럽 최대 자전거경기대회 ‘투르 드 프랑스’가 있었다.

이러한 자전거 붐 속에서, 요즘의 한국 자전거 시장규모가 5천억 원 수준이라는데도 국내생산이 없다는 게 놀랍고 아쉽다.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국산 생활용 자전거를 타고 마음껏 누비는 세상을 꿈꿔본다. 한 수 시조 올린다.

<자전거 인생>
 
 앞바퀴에 꿈을 싣고
 뒷바퀴에 정을 실어
 
 애환 서린 인생길에
 어디든동 달려본다
 
 꿈길로
 핸들을 틀면
우주로도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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