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처너카드의 정체성은 ‘지역화폐’다. 시민들이 동참해 역외소비를 줄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 하자는 것이 최종 목적이다.

공무원에게 충전금액을 할당하는 인천시의 하향식 계획은 ‘시민 참여’가 핵심인 지역화폐 취지와도 어긋난다. 시는 정작 지역화폐의 주체인 인천시민과 지역소상공인들의 참여는 이끌어 내지 못했다.

3일 시에 따르면 인처너카드 발급자 수는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4천800명 정도다. 가맹점은 7월 31일 론칭 행사 후 200여 군데에 머물러 있다. 인처너카드는 소상공인이 가맹점으로 등록하면 연 매출 3억 원 미만의 경우 카드결제 수수료를 감면(0.8→0.5%) 받을 수 있다. 사용자는 가맹점별로 3∼7% 할인 혜택을 볼 수 있다.

지역화폐 취지와 추가 혜택을 살리기 위해서는 초기 가맹점수를 늘려야 하지만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현 상황에서는 시민의 입장에서도 시중의 체크카드 등과 비교해 뚜렷한 이점을 찾기는 어렵다.

30% 소득공제는 체크카드를 쓰더라도 동일하게 받을 수 있다. 오히려 인처너카드는 백화점과 SSM 등 사용처가 제한돼 사용하기가 불편한 측면도 있다. 불편을 상쇄하고 지역화폐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주문 배달과 인처너몰(쇼핑몰), 공유경제몰 등을 함께 구축했지만 활성화되려면 갈 길이 멀다.

이렇듯 해결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한 가운데 발표한 시 계획은 당장의 ‘실적 올리기’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

공직사회 내 카드 이용 활성화를 위해 당초 추진하려 했던 계획과도 거리가 멀다. 사업 초기 인처너카드는 모범공무원수당, 친절공무원수당, 당직수당 등 각종 수당을 지급하는 용도로 쓸 계획이었다. 하지만 수당을 인처너카드로 바로 지급하는 시스템을 아직 구축하지 못했다. 공무원이 수당을 받으면 인처너카드로 다시 이체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앞서 일부 수당에 대해 인처너카드로 사용하라고 안내했지만 실제 연계가 되는지는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 공직사회의 참여가 원활하지 않자, 이를 단기간에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20만∼50만 원의 충전금액을 할당하는 계획까지 나온 것이다.

그렇다고 시의 이번 계획이 인처너카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사용현황을 제출하기 위해 1회성으로 카드를 충전할 수 있겠지만 이후에는 사용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작정 가입만 시키기 보다는 그에 앞서 시스템 개선과 지역화폐 필요성에 대한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사용을 늘리기 위해 교통카드 기능을 비롯한 편의기능을 지속적으로 추가하고 있다"며 "앞으로 공무원 수당을 인처너카드로 직접 지급하고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해 나갈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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