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세페?’ 코 세척기인가요?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를 표방하며 내수진작을 위해 정부 주도 아래 지난달 28일부터 7일까지 진행한 ‘코리아 세일 페스타(이하 코세페)’에 참여한 소비자가 한 말이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매년 유명 아이돌 공연에 연예인 홍보대사를 위촉해 알리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존재 자체를 모르는 소비자도 많다. 앞서 ‘코리아 세일페스타’는 2015년 시작됐다. 박근혜 정부는 당시 내수를 살리자며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를 모방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기획했다. 이듬해 코리아 세일페스타로 이름을 바꾼 이 행사를 정부는 ‘국내 최대 쇼핑관광축제’라고 강조한다.

 경기도에서는 수원 못골시장을 비롯해 128개 전통시장과 롯데백화점 수원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AK플라자 평택점 등 도내 8개 백화점이 대거 참여했다. 그러나 올해로 3번째를 맞은 코세페 흥행 성적은 ‘폭망’이다. 최대할인·업체·규모 등 블록버스터급 홍보를 했지만 소비자 반응은 ‘1’도 없었다. 매년 판매율이 올랐다고 정부에서 자평하지만 원래 유통업계가 전통적으로 준비해온 가을 정기세일을 동반한 헛수에 꼽사리다. 폭망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살 만한 게 없다. 사고 싶은 제품은 할인 대상이 아니고 할인해도 10~30% 할인율에 그쳤다. 최대 80%까지 할인한다는 상품은 유행이 지난 이월 상품이거나 재고 처리가 필요한 상품이 대다수이다. 시기도 문제다. 코세페가 시작된 지난달 28일은 추석이 끝난 시점이다. 이미 추석 전에 세일행사에 ‘전력’을 다한 유통업계에서는 정부 주도 행사에 피로감만 이어지는 코세페에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참여하는 시늉만 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명절 직후 진행되는 가을 정기세일과의 차이점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쇼핑, 전통시장 등 소비 형태가 다른 곳들을 묶은 것도 무리다. 온라인쇼핑에선 이미 11월 대규모 할인 문화가 자리 잡았다. 11월 수요를 맞추기 위해 일부 상품기획자(MD)들은 1년 전부터 상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시장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와 다르다.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매년 예산을 투입해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누구를 위한 행사인가 싶다. 정작 실질적인 소비자를 위한 행사는 아닌 것 같다. 내년에도 어김없이 진행될 ‘코세페’가 무(無)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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