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용진 국회의원이 쑤신 ‘벌집’ 탓에 온 나라가 들썩거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벌집을 쑤시다’라는 표현은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을 공연히 건드려 큰 화근을 만든다’는 의미지만 이번에는 정반대다. 쑤셔야 할 벌집을 제대로 쑤셨다는 뜻이다. 박 의원은 지난 11일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2013∼2017년 감사 결과 전국 1천878개 사립유치원에서 5천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다며 해당 유치원의 명단을 공개했다.

 박 의원이 폭로한 비리 유치원 명단과 행태는 가히 충격적이다. 유형은 그야말로 백화점 수준이다. 유치원 교비로 원장이 명품 핸드백을 구입했는가 하면, 노래방·숙박업소도 무시로 드나들었다. 민망하기도 하지만 일부 원장은 성인용품을 사는 데 지출했다.

 사립유치원은 연간 수조 원대 국고지원금을 받으면서도 회계시스템조차 갖추지 않아 사실상 감시 사각지대나 다름없다. 국공립유치원이 ‘에듀파인’을 통해 회계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유치원 원생들에게 사용해야 할 국고지원금 중 일부 원장들의 쇼핑과 회식비 등으로 유용된 금액이 자그만치 269억 원에 이른다고 하지만 ‘감시 사각지대’임을 악용해 빼돌린 보조금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당연한 얘기지만 ‘복마전 사립유치원’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은 갈수록 들끓고 있다. 급기야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나섰다. 이 총리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서울·세종 영상 국무회의’에서 사립유치원 비리와 관련,"회계 집행 투명화 등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박용진 의원, 벌집 제대로 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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