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인천경찰청의 전시행정에 대한 기사를 썼다. 직원 복지를 위해 청사 내 출입계단에 화분과 지압 효과가 있는 ‘콩자갈’ 석고발판을 설치했는데 오히려 불편만 가중시켜 예산만 낭비했다는 내용이었다. 인천경찰청은 화분과 석고발판 설치에 1천900만 원의 예산을 썼다. 하지만 화분에 식재된 식물 대부분은 갈색으로 변해 죽어 있었다. 또 건강한 생활을 돕기 위해 만든 콩자갈은 통행공간을 절반으로 줄여 직원들의 불편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나왔다. 또 경찰청 1층에 있던 직원 사무실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북카페를 만들었다. 직원들의 복지공간이자 외부 손님들이 청을 방문했을 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청내에서 손님을 맞는 경찰이 얼마나 될 것이며, 바로 앞 커피숍이 있는데도 1천만 원을 들여 카페를 만든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또 일과 시간에 북카페를 이용하는 직원은 간부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당시 인천경찰청 담당자는 식물이 죽은 것에 대해 겨울이라 날씨가 추워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조금 더 가꾸면 밀폐되다시피 한 계단에서도 식물이 정화하는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고, 아주 가끔 콩자갈을 밟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직원도 보여 가슴 한 편으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마음먹었다.

 약 8개월이 지난 지금 인천경찰청 출입계단에는 살아있는 식물 대신 조화가 심어져 있다. 지압 효과를 주는 콩자갈은 군데군데 빠져 있다. 날씨가 풀렸는데 왜 식물이 죽었을까. 화분에 물과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한 기계와 호스는 왜 아직도 계단 한쪽 구석에 놓여 있을까. 인천경찰청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차마 경찰청 담당자에게 다시 묻기도 민망한 질문이라 아직까지 혼자 간직하고 있다. 처음 취재 당시 한 경찰공무원은 "전시행정에 예산을 사용하기보다 사무실에 프린터라도 하나 더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었다. ‘전시행정(展示行政)’이란 효용성을 고려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는 데 치중하는 행정을 일컫는다. 이제는 적은 예산이라도 실질적으로 직원들의 복지나 생활에 도움이 되는 행정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