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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얏물의 원리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10월 19일 금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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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대야에 들어 있는 물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면 물은 반대쪽으로 흘러가지만, 반대쪽으로 밀어내면 오히려 물은 자기 쪽으로 다가옵니다. 이것을 ‘대얏물의 원리’라고 합니다. 우리의 삶도 같습니다. 가지려고 하면 할수록 달아나고, 주면 줄수록 다가옵니다.

 며칠 전 ‘영웅본색’ 등으로 1980년대 영화계를 풍미했던 홍콩의 영화배우 주윤발이 전 재산의 99%를 사회에 내놓겠다고 하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무려 8천억 원이 넘습니다. 그는 한 달 용돈으로 12만 원 정도를 쓰고 주로 버스를 타고 다닌다고 합니다. 그렇게 모은 엄청난 돈을 자신의 노력만으로 벌어들인 ‘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 돈은 내가 잠시 보관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하면서 자신의 꿈은 행복해지는 것이고, 보통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고백했습니다. 대얏물의 원리처럼 주윤발이 내어주는 것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신뢰와 존경이 그에게 향할 겁니다.

 부모 모두가 영화배우라서 어릴 때부터 할리우드에서 성장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화려한 것만을 보며 자란 탓인지 자제력이 없었고 약물을 남용하는 등 돌출행동을 하면서 컸습니다. 영화배우가 된 후에도 자신을 ‘아주 쓸모 없는 존재’라고 여길 정도로 자학적이었습니다.

 어느 날 영화대본을 받아 읽던 중에 충격적인 내용을 접하게 됩니다. 부유한 집안에 태어나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던 어느 여인이 세계 오지의 난민들과 고아들이 겪고 있는 참상을 보고 자신의 삶의 방향을 바꾼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때 문득 ‘나도 소외된 사람들을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UN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난민촌 등을 여행하며 세상에는 ‘나’ 아닌 수많은 ‘다른 사람들’이 있고,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비참한 삶을 살고 있으며, 그 중에 많은 이들을 ‘내’가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수입 중 ⅓을 자선사업에 쓰고 있습니다. 그녀가 이렇게 자신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봅니다. 제 생각으로는 이제까지 자신이 추구하던 가치보다 ‘더 큰’ 가치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나’보다는 ‘너’를 먼저 생각하게 된 것이 주된 이유입니다. 그녀가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 역시 대얏물의 원리와 다를 바 없습니다.

 미국 독립전쟁의 영웅인 앤더슨 소령은 도서관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도서관을 개방해 어느 누구라도 와서 책을 읽게 했습니다. 주말 아침이면 그 도서관을 찾는 소년이 있었습니다. 소년은 독서를 통해 꿈을 키워 나갔습니다. 이 소년이 훗날 철강왕 카네기로 우뚝 섰습니다. 그런데 앤더슨 소령이 내어준 사랑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성공한 카네기 역시 미 전역에 카네기 도서관을 세우고 세상 사람들에게 개방하게 되는 기적으로 이어졌습니다. 카네기 역시도 자신이 죽을 때까지 전 재산의 90%를 자선에 썼습니다.

 이렇게 한 사람이 내어준 사랑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돼 나갑니다. 그래서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시크릿, 하루 한마디」라는 책에 ‘얀족’(YAWN)이란 낱말이 소개돼 있습니다. 얀족은 ‘Young And Wealthy but Normal’의 준말입니다. 즉, 젊고 부자지만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일컫습니다. 주윤발이 ‘보통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밝힌 것처럼 자신이 가진 것이 아무리 많아도 그것을 자신의 신분인 양 거만하게 살아가지 않고 오히려 버스 타고 다니는 소박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얀족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자신의 것을 세상에 내어줄 수 있을 겁니다.

 누군가에게 이익이 되도록 하는 삶을 이타적 삶이라고 부릅니다. 내가 배운 것, 내가 가진 것, 내가 오른 것이 누군가에게 희망이 돼야 한다는 ‘대얏물의 원리’가 곳곳에서 적용되는 그런 세상이 이곳이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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