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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국 미추홀푸른숲 사무국장
미세먼지의 위력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PM10은 물론 PM2.5에 대한 수치를 아침마다 확인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신문의 지면에 ‘오늘의 미세먼지’라는 고정코너를 두어 독자에게 친절을 베풀고 있다. ‘미세먼지 마스크를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에 대한 상세한 안내도 곁들이기까지 한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심지어 부산 동래구 등 몇몇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지역아동센터 어린이와 노인일자리 어르신, 기초생활수급자 등 건강취약계층에게 먼지차단 마스크를 무상으로 전달한다. 미세먼지가 있는 날이면 마스크는 불이 난다. 패션마스크도 한몫을 단단히 차지해 작년 매출의 2배나 팔린 제품도 있다. 몇십만 원짜리 외제 마스크도 등장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세먼지는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크기를 PM10이라고 하고 PM2.5는 초미세먼지라고 알려져 있다. 이 용어는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표기법이다. PM2.5이하의 물질을 일본에서는 미소입자상물질(微小粒子狀物質), 중국은 세과립물(細顆粒物)이라고 하며 접두사 ‘초’는 PM0.1 이하에만 사용한다. 1990년도 초부터 환경부에서 이렇게 정의하고 있어 그대로 굳어져 버린 셈이다.

 세계적으로 미세먼지로 인해 인류에게 경각심을 갖도록 한 세 번의 사건이 있다. 1930년에 일어난 벨기에의 뫼즈계곡사건은 60명의 사망자와 6천 명의 부상자를 발생시켰다. 석탄 사용에 따른 인간이 만든 첫 번째 대기오염 중독이다. 불소와 인산염을 주원료로 하는 제철, 철공, 유리제조 공장의 굴뚝 가스에 의한 것임이 뒷날에 밝혀졌다. 두 번째 사건은 1948년 미국 피츠버그의 도노라 자치구에서 일어났다. 사망자 70여 명, 6천여 명의 시민들에게 두통과 호흡기 질환을 안겼다가 일주일 만에 회복됐으나 이후 유사증세로 50여 명이 추가로 사망했다. 언론의 추적으로 US스틸의 아연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소화합물 가스와 이산화황에 의한 유독성 스모그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발생원인은 영원히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다. 1952년 발생으로 알려진 런던스모그는 세 번째 사건이다. 3주간 머무르면서 약 4천여 명의 목숨을 앗아 갔고 그 이후 몇 년간 1만2천여 명이 추가로 사망했다. 21세기에 들어와 재차 연구한 결과 당시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영국 기준치로 56배, 이산화황은 7배였을 정도였으며 이는 석탄에 의한 검댕과 납 등이 원인이라고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한반도를 뒤덮는 미세먼지는 중국과 몽골의 황사가 편서풍을 타고 날아오면서 동북3성이나 천진 등의 공업지대에서 발생하는 온갖 화합물질이 섞여오고 있다. 연구기관 발표마다 국내 발생 미세먼지와 중국발 비중이 6:4라든가 3:7, 8:2이라는 설로 분분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모든 대기는 시시각각 다르며 어디서 나와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일정한 방향을 갖고 있지 않다는데 어려움이 있다. 과거 세 차례 대기오염 사건은 반경 20~30km 이내의 일정 지역에 국한된 이변이었지만 지금은 국경과 국경을 넘어서는 초국경 사회의 문제로 확대됐다. 확장된 공간과 긴 시간의 흐름을 반복해 관찰해도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기 쉽지 않은 이유이다.

 지구적으로 이산화탄소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작게는 제철공장에서 발생된 오염 가스도 그렇고 몽골의 게르에서 피우는 석탄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이전보다 고도화된 기술과 국경을 넘는 상호 협력으로 다양한 원인군을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유해 화합물의 정확한 데이터 확보도 어려우면서 중국의 오염가스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며 이들의 데이터가 있어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우리의 아집이다. 중국은 2013년부터 5년간 약 300조 원을 투입해 대기오염 배출물질을 25% 줄이겠다고 했으나 가시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우리 내부로부터 문제를 해소하면서 협력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에너지를 덜 쓰고 화학물질들을 적게 쓰는 일은 나에게 미세먼지로 되어 돌아오는 부메랑을 걷어내는 기초적인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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