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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전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산업화가 한창이던 60년대 후반에 태어난 나는 어린 시절부터 도시에서 살았고 앞으로도 도시에서 계속 살게 될 것 같다. 고도기술과 분업화에 따라 우리 각자는 해당 전문분야에 한정된 삶을 살게 됐다. 기업이나 기관의 일원으로 조직 전체를 위해 살아왔고 해당 분야의 기능이 조직을 리드하거나 최소한 조직에 누가 되지 않도록 교육받고 훈련받고, 역할 지어져 젊은 시절부터 정년까지 삶을 살고 있다. 정년 퇴직을 하거나 그 전에 명예퇴직 등으로 조직을 떠나게 되면 조직에서 어떠한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한 사람일지라도 거인의 어깨에서 내려온 난쟁이처럼 더 이상 먼 곳을 전망하거나 거대 담론을 논하는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팍팍하고 복잡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자연에 더 가까운 시골에서 살았으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귀농·귀촌운동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지만 젊은 시절과 직장생활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익숙한 도시의 모든 기반과 친구 등 인맥을 정리하고 시골로 가는 것은 쉽지 않다. 농촌이 고향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떠나온 지 수십 년 된 고향이 꿈속의 고향이 아니라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곳으로 남아 있을 리 없다. 한때 귀농이 주류를 이루더니 최근에는 귀촌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한다. 농업도 일종의 산업인데 도시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이 1차 산업에 쉽게 적응하고 적당한 수익을 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일부 귀농인들은 다시 도시로 되돌아온다는 말도 있다.

 산림청에서 나온 자료를 보다가 생애주기별 산림복지라는 말을 접하게 됐다. 젊은 사람들이 건강과 도전을 위해 등산하는 것 이외에 유치원생을 위한 유아숲체험원, 장년층을 위한 치유의 숲, 자연으로 돌아가는 수목장 등 다양한 사업을 묶는 고리로 생애주기별 산림복지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 것이다. 나는 여기에 더해 도시는 우리 시민의 생애주기별 요구와 수요를 종합적으로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태어나고, 교육받고, 직업을 갖고, 퇴임하고, 노년까지 도시에서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는 도시, 시민의 삶을 생애주기별로 분석하고 부족한 부분이 없게 도시의 정책을 촘촘하게 수립해 시행하는 도시로 진화됐으면 좋겠다.

토지를 자본으로만 보고 거래하는 어른들만의 도시가 아니라 어린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 놀 수 있고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끼를 펼치는 도시, 본업에서 퇴임한 이후에도 보람차게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실천할 수 있는 도시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도시는 농촌으로부터 자원이 들어오지 못하면 하루도 버티기 힘든 자립성이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미래의 도시도 종속성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자족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도시로 가는 길이 아닐까 싶다.

우리 도시의 지속성을 높이는 최상의 방법은 수도권 집중에서 벗어나 전 국토의 균형 발전이겠지만 서울과 한양을 중심으로 심화돼 온 중앙집권체계를 단시일 내에 극복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도시별로 자족성을 최대한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도시정책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어느 유명한 금융 컨설턴트가 퇴임 후 월수입 50만 원은 현직일 때의 월급 300만∼400만 원과 맞먹는 효과가 있다고 했는데 자녀들이 모두 성장한 이후라면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도시에서 월 50만 원 수익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도시농업을 통해 월 수입 50만 원을 만들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으면 한다.

 자신의 텃밭에서 월 50만 원의 수익을 만들면서 자연 속에서의 노동으로 건강도 유지한다면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도시에서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민이 정년퇴임 이후에도 그 도시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 현 세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처지라면 도시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시를 만들어야 가야 한다. 그것이 생애주기별 행복한 도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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