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분기 소득 양극화가 통계청의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하위 20% 가계의 명목소득이 작년 동기 대비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한 반면 상위 20%는 최대 폭으로 급등한 데 따른 결과다. 범위를 확대해도 비슷한 양상이다. 소득 하위 40%의 소득이 줄었고, 상위 40%는 정반대로 늘었8다. 소득 양극화는 물론 중산층까지 사라지고 있다는 경고음이 아닐 수 없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의 긴급 대책회의를 보면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기초연금과 조세 등 정책 수단을 활용해 그나마 격차를 줄이며 선방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가 그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대규모 혈세를 쏟아붓고 나서 ‘(소득하위 가계의) 소득이 그나마 더 떨어질 뻔한 것을 막아냈다’며 자족해 하니 말문이 막힌다.

 대책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고령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 소비패턴·일자리 수요 변화 등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영향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초연금 인상과 노인 일자리 사업 확대, 실업급여 인상, 근로장려금 확대 등 저소득층 맞춤형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문제의 본질은 건드리지 않고, 본질에서 파생된 부작용만 돈으로 해결해 가겠다는 것이다. 놀랍지도 않다. 현 정부의 정책을 보면 대부분이 이런 식이다. 미래의 에너지 수급 전망을 무시한 탈원전, 공공기관 개혁이 전제되지 않은 공공 일자리 확대, 예비타당성 심사를 생략한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 정책이라 부르기도 힘들 정도로 계획은 허술하고 비용은 낭비 투성이다.

 정책은 기대하는 효과만큼 그에 따른 부작용도 함께 발생한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처럼 표리일체의 특성을 갖는 바, 상호 보완적 작업이 병행돼야 균형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도 같은 이치다. (반대면의) 노동시장 경직성을 해소하지 않은 채 시행하면, 대안이 없는 기업들은 인건비 압박을 고용 감축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 초고속 최저임금 인상이 역대 최악의 소득분배 지표로 이어진 원인이며, 후속 정책들이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돼버린 이유다. 언제까지 외면할 건지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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