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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동력 잃은 베드타운 과밀화 몸살 미군기지 이전 뒤 지역상권 침체 일로

공동화의 그늘 짙은 오래된 도시 부평, 도시재생으로 새역사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2019년 04월 15일 월요일 제3면

한 시절 문화와 산업이 꽃을 피웠던 부평은 지금 주거 중심의 베드타운이 됐다. 대규모 주거단지와 몇 년 사이 대로를 끼고 올라간 도시형생활주택은 사람을 모았을 뿐, 하나의 마을에 품지 못했다. 지금의 부평은 사람과 건물이 모두 포화상태에 이른 지 오래다.

▲ 도시재생 프로젝트 ‘부평11번가’가 펼쳐질 부평1동·갈산동의 사업 부지.
 2019년 2월 말 부평의 인구는 52만2천310명으로 전국 69개 자치구 중 8위다. 인구밀도로는 18위를 차지한다.

 부평11번가 사업이 진행될 부평1동과 갈산동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동아아파트부터 대림아파트, 우성아파트까지 연이은 단지에서는 매일 아침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출근이 시작되는 오전 7시께부터 9시 전까지 부평시장역과 부평구청역, 갈산역은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이 스쳐 지나간다. 이 짧은 틈만 놓고 보면 부평은 아직 역동적인 도시다. 하지만 아침 나절의 활기는 잠시뿐이다. 편리한 교통을 쫓아 부평에 둥지를 튼 이들은 낮이면 경제활동을 위해 도시를 빠져나간다.


 청년인구가 12만4천 명인 부평은 인천에서 가장 ‘젊은 도시’이지만 이들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나 문화는 함께 성장하지 못했다. 대우자동차 시절부터 부평 경제에 높은 비중을 차지한 한국지엠과 부평국가산업단지 외에 젊은이들이 창업하거나 취업을 위해 정착할 만한 질 높은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 그나마 공공근로를 위해 쓰레기를 줍는 노인이나 마실을 나온 주민들이 부평의 낮을 지킨다.

 청년은 경인선과 7호선, 인천지하철 1호선이 있는 이 동네를 ‘교통이 편해 좋다’고 하고, 노인은 ‘조용해서 좋다’고 한다. 서로 다른 이유로 같은 곳에 사는 이들은 쇠퇴하는 부평의 오늘을 살고 있다.

 부평1동의 골목과 거리는 주민들이 걷고 머물 곳이 되지 못했다. 롯데백화점에서 북부교육지원청을 지나 세림병원에 이르기까지 주차장과 좁은 도로는 자동차만 즐비하다. 과거 굴포천의 지류였던 1.5㎞가량의 이 길은 현재 복원된 본류 주변과는 환경이 크게 다르다. 물 흐르는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은 차가 달리는 소음이 대신했다.

▲ 대표적 상권인 굴포천 먹거리타운의 낮시간은 한적하기 그지없다.
 주차장으로 단절된 부평1동은 시야를 가린 빌라와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으로 더욱 고립됐다. 급속한 개발이 이뤄지며 논밭과 염전, 강을 덮은 콘크리트는 주민들의 휴식공간마저 앗았다.

 부평의 1인당 공원녹지 면적은 2015년 기준 5.29㎡로 법정 확보 면적인 6㎡에 미치지 못한다. 대규모 공원 조성이 계획된 부평 캠프 마켓 부지도 토양정화 작업과 반환 협상 과정이 남아 있다.

 준공된 지 수십 년이 지난 각종 건축물과 기반시설은 쇠락한 도시역사의 흔적은 보여 준다. 부평1동 행정복지센터부터 굴포먹거리타운에 이르는 구간은 1960년대 고밀도 개발이 이뤄지면서 인천에서 가장 높은 지가가 형성됐던 곳이다.

 하지만 캠프 마켓 이전과 함께 부평역 주변 상권이 급속히 쇠퇴하면서 20년 이상 노후 건축물이 73.2%나 차지하고 있다.

 낡은 건물을 정리하고 새 아파트를 올리려 했던 시도가 무산되는 과정에서 부평의 분위기는 또다시 삭막해졌다. 부평동 61-39 일원의 부평6구역 재개발 해제지역에는 공가들이 밀집해 있다. 맞은편 주차장에 인적이 사라지는 밤이면 을씨년스러움이 더해진다.

 올해 1월 기준 부평구의 빈집은 508개이다. 그나마 행정기관이 나서면서 빈집을 되살리는 작업들이 진행 중이다. 폐·공가관리정비사업을 통해 빈집을 매입하고 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부평에서 이뤄진 빈집 정비사업은 모두 144건이었다.

 부평에서 오래 장사를 해 온 상인들은 죽어가는 상권에 한숨을 쉰다.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기에도, 신규 점포가 들어서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부평의 사업체 변화율은 10년간 -5.4%를 기록했다. 과거 성업했던 굴포먹거리타운의 식당들은 반짝 손님이 있는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한산하다. 20년 가까이 장사를 하며 단골손님이 굳어진 가게를 제외하면 자리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는 큰 길에 크고 작은 카페들이 문을 열고 있다. 특색 있는 콘셉트의 카페들은 하나의 거리를 형성했다.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늘어난 것은 반갑지만 이들이 기존 먹거리타운까지 들어오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신상권과 구상권을 조화롭게 활성화시키는 일이 앞으로 부평의 상권을 살릴 새 과제가 됐다.

 정체된 도시에 숨을 불어넣으려는 시도는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부평구가 2016년부터 추진하는 ‘부평 음악·융합도시 조성사업’이 대표적이다.

▲ 굴포천 생태복원 예정지역.
 부평은 한국전쟁 직후 주한미군 군수사령부(애스컴)가 들어서면서 우리나라 대중음악사의 흐름을 바꾸는 역사적 배경지였다. 이 같은 음악적 문화자원을 살리기 위해 구는 민관협의회를 구성하고, 부평지하상가발전협의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거버넌스 추진체계를 만들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도시 지정 신청·계획’ 공모에 선정되는 것이 목표다.

 부평은 변하고 있다. 일제 조병창과 미군 부대 주둔의 역사에 주목했고, 콘크리트로 덮은 하천의 가치를 재평가했다. 여기다 사통팔달의 교통인프라와 상권의 중심지였던 옛 경험을 입혀 추진하는 것이 부평11번가다. 이 같은 변화는 52만 주민들이 베드타운으로 부평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삶의 터로 여기는 데 지향점이 있다.

 도시재생대학과 주민 공모사업, 주민 홍보사업, 거버넌스 지원사업 등 지역 거버넌스를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주민과 주민이 연결된다. 또 부평구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를 주축으로 주민 역량을 강화해 주민, 행정, 전문가와 기업이 함께 하는 도시재생을 만들어 가려는 작은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부평구 도시재생 결과 공유회를 열어 그동안의 진행 과정을 주민들과 공유한데 이어 올해는 마을활동가 양성을 위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달 개강한 도시재생대학 1기에는 당초 40명 모집에 75명이 신청하며 구민들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주민들은 도시재생사업의 지역공동체 역할과 도시재생사업의 주민 역할 등 강의를 통해 거버넌스의 주체로 나서고 있다. 이제는 이들 손에서 낡고 단절됐지만 변화의 가능성이 큰 부평이 바뀌어 나갈 터다. 옛것을 지키면서 주민들과 천천히, 오늘의 부평은 ‘오래된 도시의 화려한 부활’을 꿈꾼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사진=부평구 제공·홍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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