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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불어오는 ‘칭찬합시다’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역사소설가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9년 04월 25일 목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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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망언, 험담, 가짜뉴스, 불법 영상 등등 온라인 시대에 부끄러운 우리 모습이 차고 넘치는 세상이다. 더구나 그 행태는 날로 더해가고 있다. 고작 한다는 게 제멋대로 날려 보낸 후 적당히 반성 운운하고는 없었던 일처럼 얼버무리기 일쑤다. 마치 일회용품처럼 소비하고 버리는 것이 온라인에 쓰는 효율적 방법 철검이 돼 버린 오늘이다.

 정치인의 망언, 대학가의 험담, 단톡방에 난무하는 불법 영상은 쓰레기나 다름없이 취급되는 데 최근 중국에서 ‘칭찬과 격려’의 콰콰췬(誇誇群)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펴져나가더니 이제 캠퍼스를 넘어 회사, 지역 커뮤니티로 확산돼 화제다. 온라인 시대의 사회적 상호작용으로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지적과 영혼이 없는 말장난이 지나쳐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있으나 한 번쯤은 새겨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콰콰췬에서는 소소한 일상에서 인생의 문제까지 다양하게 등장한다. 누구든 ‘칭찬 좀 해주세요’ 하면 단톡방 멤버들이 거의 무한에 가까운 칭찬을 보낸다고 한다. 예를 들어 "친구들이 모두 나들이를 갔는데 나만 혼자 텅 빈 기숙사에서 외롭게 혼자 지내. 칭찬 좀 부탁해"라고 글을 올리면 "외롭긴 하겠지만 독립심을 키울 좋은 기회다"거나 "면벽 수양으로 도를 깨우쳐 인류의 영웅이 된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 걱정 말고 수행하는 시간으로 보내라고" 하는 위로가 줄줄이 뒤를 잇는다. "우산을 잃어버렸어. 위로를 부탁해"하면 "사람은 잃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이니"라고 하거나 "새 우산을 멋진 걸로 살 수 있게 됐네. 기분 전환하라고"나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잖아. 이렇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니" 하는 식이다.

 이 콰콰췬은 지난달 초에 시안(西安)의 교통대학 학생들이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기숙사 방을 함께 쓰는 친구 셋이 컴퓨터가 고장 나 낭패를 겪은 동료에게 위로하기 위해 만든 것이 출발점이 됐고, 몇 시간 만에 중국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위챗) 단톡방 제한 인원 500명이 다 찼다. 그러고 나서 칭화대, 난징대, 푸단대, 저장대 등 여러 대학들로 번져나가 현재는 대학별로 수십 개가 만들어졌다.

 여기서 칭찬과 위로를 받아 안정됐고 힘을 얻었다는 이들이 많다. 대부분 모르는 이들이 보낸 그 칭찬에 힐링을 얻었다는 것이다. 결국 정신적 스트레스가 풀리거나 자신을 지지해주는 원군이 있다는 데서 든든해지고 용기가 솟았다는 건데 기댈 곳이 없었던 젊은이들에게 적절한 방법이라는 옹호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물론 칭찬과 위로의 말이 모두 진심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저 심심풀이로 말장난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칭찬이 진심에서 우러나오지 않고 그저 지나가는 일회성이라면 칭찬이 지닌 소중한 의미가 훼손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출 수 있게 한다’지 않는가.

 우리처럼 경쟁이 심하고 심지어는 남을 깎아 내리거나 끌어내려야 자신이 올라선다고 여기는 사회에서는 더욱 칭찬의 소중함이 강조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너는 쓰레기다. 자격이 없다. 멍청이다.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는 투의 비판보다 ‘너는 훌륭하다. 얼마든지 해낼 자격이 있다. 일시적 실수일 뿐 그런 정도로 용기를 잃지 마라. 그럴 수도 있겠으나 각도를 달리 해보면 괜찮을 거야’ 하는 쪽이 낫지 않을까. 무조건 칭찬만 하라는 것이 아니다. 상대에게 힐링이 되고 용기를 주고,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격려와 위로는 진정 소중하다. 칭찬까지 곁들인다면 금상첨화다. 중국의 대학가에 번지고 있는 ‘칭찬해주세요’에 화답하는 이 현상이 오늘의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는 적지 않다.

 국민을 보고 개돼지라고 했던 모 교육행정가, 세월호 유족들에게 뼈까지 발라먹고 징하게 해 처먹는다고 하는 정치인.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찾아볼 수 없는 우리네 현실 아닌가. ‘내 인생의 주인은 나’라는 생각에서 내 멋대로 하겠다는 사고와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남을 배려하고 격려해주겠다는 사고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멀다. 진정 자신을 위해서라도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을 때 온라인 시대의 꽃이 피어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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