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아름다워지는 세상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전 인천 남부교육청 교육장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9년 05월 17일 금요일 제11면

이재훈.jpg
▲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서울 지하철 5호선 강동역 4번 출구를 나서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성안마을 강풀만화거리’가 있다. 인기 웹툰 작가 강풀의 순정만화인 ‘그대를 사랑합니다.’ ‘바보’, ‘당신의 모든 순간’ 등 유명 작품들을 50여 개의 벽화와 조형물로 꾸며놓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낙후되고 오래된 이 마을에서 실제로 거주했었다고 알려진 강풀 작가의 작품 중 주요 내용으로 골목길을 아름답게 꾸며 활기를 찾아가고 있는 모습이 매우 특별해 보이고 이색적이기까지 하다.

 성안마을 강풀만화거리는 앞으로 ‘웹툰 비엔날레’ 운영까지 계획하고 있을 만큼 주목을 받고 있고 지역 문화의 거점으로도 부상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중심부에 있어서 한국 제1의 해상관광지로도 잘 알려진 경남 통영에 도천동이란 곳이 있다. 한 때는 통영의 중심지였던 이곳은 주민들의 고령화와 이주로 빈집이 증가하면서 청소년 탈선과 우범지역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많던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벽화마을로 이미 유명해진 동피랑, 서피랑과 함께 새로 뜨고 있는 유명한 벽화골목길이 됐다.

 특히 이곳은 마을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골목길 활성화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한 사실도 놀랍거니와 윤이상 작곡가의 음악 이야기와 통영의 역사문화를 연결한 골목길 이야기까지 그림으로 만들어져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송월동은 인천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이면서 오래된 달동네로 알려져 있던 곳이다.

 인근에 차이나타운과 자유공원, 월미도 등이 있어 공휴일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지만 이곳을 찾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곳도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명소로 다시 태어났다. 낡고 쓸쓸하던 언덕길과 골목마다 재미있는 동화 내용이 벽화와 조형물로 꾸며져 있어 가족이 함께 찾는 동화마을로 다시 살아난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래동화와 세계명작동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을 그림과 인형으로 만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에게는 환상적인 동화나라 꿈을 꾸게 해주고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의 추억을 경험하게 한다.

 부산에도 벽화마을로 유명한 문현동이란 곳이 있다. 이곳은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들의 주거 공간이었고 그 이전에는 공동묘지였다고 한다. 그랬던 곳이 이젠 유명한 부산의 명소가 됐고, 영화의 촬영지가 되기도 한다.

 이 모든 변화는 ‘동네 벽화’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개발이 지연되고 있던 이곳을 십여 년 전 미술전공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참여해 아름다운 벽화로 삭막한 골목길 풍경에 활기를 불어넣어 줬다는 것이다.

 수원의 화홍문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행궁동 벽화골목이란 곳은 도시재생의 대표사례로 꼽히며 매년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도 그 전에는 당장 허물어질 듯한 잿빛 담장과 퇴락을 거듭하는 비좁은 골목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유럽의 예술거리와도 같이 이색적인 벽화거리로 바뀌었다.

 ‘행궁동 사람들’로 시작해 2015년까지 작품성 높은 다양한 벽화가 그려져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끄는 이곳은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한 명소로 탈바꿈했다. 한때 개발규제로 인한 주민 사이의 갈등 때문에 벽화의 일부가 훼손되는 위기도 있었지만, 공동체의 힘으로 갈등을 극복하고 새롭게 탄생하고 있는 곳이다.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 정착촌이었던 충북 청주시 수암골. 이곳은 해방 직후 실향민과 한국전쟁 피란민들이 모여 살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동네였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도심 속 달동네였던 곳이었다. 그런데 이곳도 지난 2007년 마을 안 담장 벽화작업이 시작되면서 생기가 넘치는 마을로 변했다고 한다. 더욱이 이 마을을 배경으로 ‘카인과 아벨’, ‘제빵왕 김탁구’와 같은 드라마가 만들어지면서 영화 촬영장소로도 유명해지게 돼 지금은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유명 장소가 됐다.

 인천 부평의 한 골목길.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볼품없고 지저분하게 변한 골목길이 어느 날 아름다운 꽃길로 만들어졌다.

 인근 학교 학생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스케치하고 색칠해 그려놓은 해바라기, 백합, 덩굴장미와 같은 화려한 꽃들이 마치 살아 숨 쉬는 듯 활력이 넘친다.

 어두운 골목길의 오래된 담벼락에 그려진 생생한 꽃들은 마을 안쪽 구석구석까지 환하게 만든다.

 낡고 거칠어진 마을 안길이나 학교 담장, 그리고 아파트의 벽에 그려진 아름다운 그림들은 놀랍게도 사람들의 마음까지 바꾼다.

 골목길을 살리고 낡은 담장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일은 다름 아닌 점점 황폐(荒廢)해지는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순화(醇化)시킬 뿐만 아니라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이다. 가족단위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것만 봐도 그렇다.


기호일보, KIHOILBO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저작권자 ⓒ 기호일보 (http://www.kihoilbo.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