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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선물

박광섭 기자 ksp@kihoilbo.co.kr 2019년 05월 20일 월요일 제10면

올해 초 가족들과 함께 타이완 여행을 다녀왔다. 이전 가족 여행과 달리 이번에는 부모님과 나 그리고 큰조카 이렇게 4명이 함께했다. 아직 기자는 미혼이다. 엄마, 아빠와 떨어져 가는 첫 해외여행인 만큼 큰조카가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녀석은 아주 씩씩하게 타이완 시내를 활보했다. 일정 중 한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 나는 조카에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사라고 했고, 조카는 반 친구들에게 나눠 줄 과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마침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과자가 하나 보였다. 유명한 타이완 누가크래커였다. 조카에게 필요한 개수를 묻고, 선생님 드릴 것도 하나 사라고 했다. 그러나 녀석은 선생님은 받지 않으신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순간 당황했지만 달라진 학교문화에 씁쓸해졌다.

 지난 15일은 스승의날이었다. 스승의날은 1958년 5월 8일 청소년 적십자단원이 세계 적십자날을 맞아 병석에 있거나 퇴직한 교사를 찾아가 안부인사를 한 것에서 출발했다. 과거 스승의날이 되면 제자들은 존경하는 마음으로 스승에게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주고 감사인사로 작은 선물을 했다. 학부모들은 스승의날을 앞두고 어떤 선물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고, 일부 학부모는 교사에게 금품을 제공하면서 촌지 논란이 제기되던 시절도 있었다.

 요즘 스승의날 풍경은 내 학창시절과 많이 다르다. 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현재 스승의날을 아예 재량휴업일로 지정하는 학교도 있고,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별도의 행사를 마련하지 않는 곳도 있다. 김영란법 영향으로 과거 카네이션이나 케이크 등 간소한 감사의 선물조차 줄 수 없는 ‘삭막한’ 분위기로 바뀐 것이다. 물론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이러한 관행과 촌지 논란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지만 학생들이 감사의 마음을 담아 마련한 선물을 교사들이 거절하는 일은 참으로 곤혹스러울 수 있다. 그렇지만 법이 그러하니 지킬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아예 하루 쉬면서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말자는 현실이 슬프다. 김영란법 도입 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 문화가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는 아쉬움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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