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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맞는 선생님이라니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전 인천 남부교육청 교육장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9년 05월 28일 화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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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학생이 교사를 때리고, 성희롱까지 저지르는 ‘악성 교권침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최근 5년간 교권보호위원회에 접수된 교권 침해 건수는 전국적으로 5천500여 건에서 2천400여 건으로 절반이 줄기는 했지만 교사가 위협받는 악성 사례는 오히려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학생에 의한 성희롱 피해가 3배 이상 늘었을 뿐만 아니라 학생에게 매 맞는 교사도 165건이나 일어났다고 한다. 물론 이 숫자는 겉으로 드러난 경우고 드러나지 않은 사건도 많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막을 방법이 딱히 없을 뿐만 아니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조차 없다는데 문제가 크다.

이미 사회적으로 유명무실해진 스승의날을 앞두고 지난 4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고 하지만 교사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은 아직 요원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개정된 법에 의하면 지금까지의 가장 무거운 징계가 출석정지 정도에 불과했던 초등학생과 중학생에 대해서도 학급 교체나 전학이 추가됐고, 피해 교원 특별휴가나 교권보호위원회 설치 등이 신설됐다.

또한 학부모 등의 폭언이나 폭력 등 교권침해에 대해 교육감의 고발 조치와 관할청의 법률지원단 구성 운영을 의무화 한 것도 눈에 띈다. 해당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외부 특별교육이나 심리치료까지 받게 했고, 위반했을 경우에는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도 물릴 수 있게 하는 등 학부모의 자녀 관리 책임도 강화됐다고 한다. 문제는 과연 강화된 법 규정으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인가이다. 단언컨대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법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먼저 선행돼야 할 일이 학생에게 피해를 당한 교사가 스스로 사건 내용을 모두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내 오랜 경험에 의하면 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 피해를 당한 교사가 오히려 자신의 부덕(不德)을 탓하고 부끄러워하며 사건이 확대되길 바라지 않아 유야무야(有耶無耶)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활동이 정당한 이유 없이 침해받지 않고, 법과 제도를 넘어서 선생님의 일방적인 인내를 강요하는 문화가 개선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지만 크게 신뢰가 가지는 않는다. 매년 5월이 되면 으레 등장하는 교육수장의 의례적(儀禮的)인 담화로 받아들일 뿐이다. 왜냐하면 그 결과가 늘 미미(微微)했었으니까.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명예퇴임을 하는 교원 수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6천 명을 넘어서고 있어 지난해 4천632명에 비해 30%나 증가했고, 2017년 3천652명보다는 65%나 늘어날 만큼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더욱이 충청남도의 경우에는 예년보다 무려 98%나 증가한 인원이 퇴임을 신청했다고 한다. 최근 5년 통계에 따르면 명퇴 신청자 중 70%가 55세 이상이라서 명퇴 사유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긴 하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기와 맞물린 점이나, 경력 20년 이상 교원들이 증가한 것도 여러 원인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예사로운 일은 분명 아니다. 다만 예년과 달리 유난히 많은 교원들이 명예퇴임을 신청한 사유가 혹시라도 ‘매 맞는 선생님’까지 생기고 있는 저간(這間)의 상황과 매우 연관이 있을 것 같다는 추측은 너무 앞서간 것일까? 요즈음 많은 교원들이 학생들을 지도하기가 너무 힘들고 학부모들 대하기도 예전 같지 않다며 그만 두고 싶다는 말을 자주하는 것을 보면서 혹시나 하고 짚어 본 생각이다.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다산 정약용과 제자 황상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다산이 강진에서 오랜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 그의 문하(門下)에는 수십 명의 제자가 있었지만 중간에 모두 가버렸다. 스승에게 욕을 하면서 등을 돌린 사람도 있었다지만 귀양생활 처음부터 돌아오던 날까지 18년 내내 스승의 가르침을 받들고 따른 이는 황상 한 사람뿐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다산과 황상의 후손들은 조상의 뜻에 따라 두 가문(家門)의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옛날의 다산과 황상의 사제(師弟)관계 정도는 아니더라도 ‘매 맞는 선생님’이라니. 더구나 이런 참담한 사실을 입에 담기조차 그런지 사람들은 사소한 관심조차 없는 듯 보인다. 말 잘하는 정치인들까지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다산 정약용과 제자 황상의 이야기를 새삼 떠올려 봤다. 교육을 통해 나라를 튼튼하게 세우자는 교육입국(敎育立國), 교육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이 무색해지는 오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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