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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승호 인천 계양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장
한 아이의 악의 없는 사소한 장난에 피해 학생이 발생하는데 이를 ‘학교폭력’이라 부른다.

 담임선생님이 관련 학생들을 불러놓고, 반강제적인 화해를 시키던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학교폭력 사안심의를 위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개최한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란 학교폭력 예방과 대책에 관련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학교에 설치된 기구다.

 폭행, 따돌림, 공갈 등 신체·정신·재산상 피해와 관련된 학생과 학부모를 참석시켜 가해학생의 행위에 대한 고의성·지속성·심각성과 반성 정도 등을 위원장과 학부모, 교사, 경찰 위원들이 서로 의논하고 판단해 합당한 결정을 내린다.

 그런데 학교전담경찰관으로서 담당 학교 자치위원회에 참석하면서 용어 선택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먼저 위원들이 가해학생에게 질문을 하거나, 위원들끼리 조치 결정을 내릴 때 자주 사용하는 ‘처벌’이라는 용어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을 다 찾아봐도 ‘처벌’이라는 단어는 없다.

 위원들이 피해학생에게는 보호조치라고 바르게 표현하면서 가해학생에게는 그토록 처벌조치라고 하는 이유를 알아봤다.

 피해학생의 눈물과 피해학생 측 학부모의 억울함과 분노하는 모습에 순간 이성을 잃고, 피해자 측 입장에서 무조건 가해학생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1항에 "자치위원회는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을 위해 조치를 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듯이, 가해학생이 잘못했다고 무조건 처벌해야 한다고 윽박지르기보다는 가해학생이 자신의 행동을 진정으로 반성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자치위원회 위원과 우리 어른들이 선도 조치해 주기를 바란다.

 다음으로 ‘관련 학생’에 대해 위원들은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입장을 듣고, 위원들 간 의논을 통해 결정을 내릴 때까지는 섣불리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라고 지칭해서는 안된다.

 간혹 가해학생 측 부모님과 위원 간의 감정 싸움이 발생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진행 중 제멋대로 퇴장해버리는 보호자도 있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위원으로서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에게 각각의 합당한 선도·보호조치를 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취지를 먼저 이해하고 숙지해 원활한 회의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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