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20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7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U-20 월드컵 준우승’을 기념하는 환영 행사에서 즉흥적으로 정정용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연합뉴스
▲ U-20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7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U-20 월드컵 준우승’을 기념하는 환영 행사에서 즉흥적으로 정정용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리틀 태극전사들은 대한축구협회 주최 환영 행사에서도 유쾌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 선수들은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정오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진행된 환영 행사에 참석했다. 피로가 쌓였을 법도 했지만 준우승 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은 밝은 표정이었다.

걸밴드 락킷걸과 대표팀 응원가인 ‘승리의 함성’을 부른 트랜스픽션의 식전공연으로 분위기가 달궈졌다. 광장을 가득 메운 1천여 명의 축구 팬들도 한국 남자축구 사상 FIFA 주관 대회 최고 성적을 낸 선수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냈다.

김대호·박소현·장예원 등 지상파 TV 3사 아나운서의 공동 진행으로 시작된 질의응답에서는 젊은 태극전사들의 재치 있는 답변이 쏟아졌다. 이번 대회 2골 4도움으로 한국 선수 사상 첫 최우수선수(MVP)상인 골든볼을 수상한 이강인(발렌시아)은 ‘형들 중 누구를 누나에게 소개해 주고 싶냐’는 질문에 "솔직히 아무도 소개해 주고 싶지 않다"고 답변해 폭소를 자아낸 뒤 "꼭 소개해 주고 싶다면 (전)세진 형이나 (엄)원상이 형"이라고 지목했다.

이강인은 이어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 이후 14년 만에 18세 나이에 골든볼을 수상한 데 대해 "경기 끝나고도 이야기했지만 옆에서 열심히 뛰어 준 선수들과 응원해 주신 분들, 코칭스태프 덕분에 좋은 상을 받은 것 같다"며 공을 돌렸다. 김정민(리퍼링)은 막내 이강인의 매력을 묻자 "한국말을 하는 게 어눌해서 귀엽다. 형들에게 까불 때도 귀엽다. 강인이는 모든 게 귀엽다"고 대답했다.

김현우(디나모 자그레브)는 사회자의 요청에 우크라이나와 결승 때 옐로카드를 받은 후 주심에게 했던 애교 어린 제스처를 옆자리 이재익(강원)에게 재현한 뒤 "저는 평소 과묵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스타일"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고재현(대구)은 ‘정정용’ 감독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어 달라는 요청에 "(정)정말 훌륭하신, (정)정정용 감독님, 사랑해(용)"이라고 재치있게 화답했다. 조영욱은 "(정)정정용 감독님, (정)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용)용맹스럽게 해낸 저희가 감사 드립니다"고 말했다.

정 감독도 선수들의 ‘말발’에 밀리지 않았다. 정 감독은 인사말에서 "준우승 성적은 선수들이 해낸 게 아니고 국민들과 함께 해낸 것"이라며 "임금이 있어서 백성이 있는 게 아니라 백성이 있기에 임금이 있는 것이다. 선수들이 있기에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환영식의 하이라이트는 깜짝 진행된 감독 헹가래였다. 정 감독이 아쉬웠던 점에 대한 질문에 "작년 (아시아축구연맹)챔피언십에 이어 이번에도 준우승을 해서 헹가래를 못 했다"고 말하자 선수들이 의기투합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선수들은 손사래를 치는 정 감독을 무대 중앙으로 이끈 뒤 세 차례 힘찬 헹가래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안경을 옆 사람에게 맡겼던 정 감독은 헹가래가 끝난 후 운동화가 벗겨졌지만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U-20 대표팀의 주장 황태현(안산)은 "(우리 선수들이)간절하게 싸워 줬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낸 것 같다. 밤잠 못 자면서 마사지하고 분석해 준 지원 스태프에게 감사를 드린다. 한 달여의 U-20 월드컵을 끝마쳤지만 여기가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더 큰 꿈을 위해 뛰겠다"고 다짐했다.

황태현은 주장이자 오른쪽 윙백을 맡아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성과에 대해선 "U-20 월드컵을 치르면서 각자 포지션에서 많이 성장하고 배웠다. 선수들과 각자 소속팀에서 잘해서 더 높은 곳에서 만나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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