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 가계대출 잔액이 1천470조원 안팎으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 빚도 늘어나는 게 자연스럽지만, ‘R(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 속 부채 증가는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은 하락하면서 빚 부담은 늘어나는 ‘부채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예금은행과 비은행 예금 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전 분기 대비 15조4천억원 증가했다. 1분기 말 전체 가계대출 잔액이 1천451조9천억원이었으므로 2분기 말 잔액은 1천467조3천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가계대출에는 예금은행과 비은행 예금 취급기관의 대출에 학자금대출 등 ‘기타대출’이 포함돼 있는데, 이 기타대출은 아직 통계가 나오지 않았다.

 가계대출은 정부 규제와 주택 매매거래 감소가 맞물리며 지난 1분기에는 3조원 늘어나는 데 그친 바 있다.

 그러나 2분기 서울 아파트 매매량이 1분기(5천450호)의 배 이상인 1만3천919호로 늘어나고, 자금 수요가 규제가 촘촘한 주택담보대출 대신 기타대출로 몰리며 2분기 들어 증가세가 15조4천억원으로 커졌다.

 7월 들어서는 대출 증가세가 더욱 거세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7월 한 달 새 5조8천억원 늘어 5월(5조원)과 6월(5조4천억원)보다 증가폭이 컸다.

 이 추세라면 가계대출 잔액은 곧 1천50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가계대출은 경제 성장세보다 더 빠르게 늘고 있다. 2분기 가계대출은 작년 동기 대비 4.1% 안팎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3.0%)과 가계소득 증가율(3.9%)보다 높은 수치다.

 가계대출이 경제 규모와 소득보다 빨리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진짜 문제는 R의 공포 속에서도 부동산 대출이 계속 늘어날 때 발생한다.

 고성장·고물가에서는 부채 증가가 상대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자리도 많고 화폐 가치가 계속 떨어져 실질적인 부채 부담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침체 상황에서는 주가와 부동산 등 자산가격은 하락하는데 물가 상승률이 너무 낮아 실질적인 빚의 무게는 오히려 늘어나게 된다.

 또 가계는 빚을 갚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거나 소비를 줄인다. 이에 물가는 더 낮아지고 GDP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감소한다.

 자산가격이 떨어지는데 빚 부담은 늘어나는 부채 디플레이션이 나타나면 결국 물가 상승률과 성장률이 다시 낮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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