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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는다는 것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2019년 08월 19일 월요일 제10면

최근 광복절을 앞두고 한 케이블 채널 예능 프로그램에서 국내 강제징용 피해자를 다룬 방송을 봤다. 이 방송에서는 아직도 우리 땅에 남아있는 일제의 만행이 자행됐던 국내 강제징용 현장이 소개됐다.

 당시 이곳은 일본에 전쟁 물자를 공급하기 위해 명반석을 채취하던 광산으로 쓰였다. 방송에서는 명반석 채취로 인해 움푹 패여진 산 정상과 이를 보관하던 저장 창고, 운반시설 등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장면이 방영됐다. 게스트로 출연한 교수는 인근 지역에서도 이러한 장소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을 정도로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현장이라고 설명했다.

 나 역시 알지 못 했기에 부끄러운 마음이 앞섰다. 스스로 우리나라 역사를 얼마나 아는지 자문해봤다. 나는 우리나라 역사를 잘 몰랐다.

 초·중·고 및 대학교까지 16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했지만 뼈 아픈 우리 역사에 무지했다. 내 학업에, 생계에,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슬픈 우리의 역사를 한낱 나와는 상관없는 과거로만 치부했다. 돌이켜보면 호국선열을 기리는 국경일이 다가오면 보도했던 독립운동가 인터뷰 등 기사도 언제부터 타성에 젖어 썼다. 밸런타인데이나 빼빼로데이처럼 특정시기가 오면 한 번씩 쓰는 일명 ‘달력기사’처럼 다루면서 점점 역사의식도 희미해졌다.

 방송 말미에 이 광산을 거쳐 일본까지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은 강제징용 피해자 한 분의 사연도 나왔다. 아흔이 넘는 연세에도 강제징용에 시달렸던 기억만큼은 잊지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토했다. 나라를 빼앗긴 설움도 모자라 우리 선조들이 강제징용까지 당했던 게 불과 74년 전이다. 그들은 아직까지 살아있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일본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요즘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편승해 신친일파로 일컫는 이들이 일본 극우세력의 논리를 대변한다고 한다. 이들은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사실을 외면하면서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이제는 역사에 무지몽매하면 안 된다. 일본처럼 역사 왜곡을 넘어서 강력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무기로 내세운 강대국이 약소국을 침탈하려는 시도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자국의 역사에 무관심한 국민이 많은 나라는 강대국에게 잡아먹히기 쉬운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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