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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남례 인천여성아너소사이어티클럽 회장
계절의 변화는 틀림이 없나보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더위에 몸살을 앓았지만 이제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가을이 가까이 왔음을 실감케 한다. 하늘은 더없이 높고 들녘은 풍성해서 자연이 그러하듯 이 계절에 우리의 마음도 풍요로워진다.

 벌써 9월, 일 년 중 가장 풍성하고 넉넉하다는 추석이 일주일 여 앞으로 다가왔다.

 ‘추석’이라는 단어는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간다. 아마도 어렸을 적 가족친지가 함께 모이고 풍성한 음식과 새 옷, 친지들이 주는 용돈으로 주머니까지 여유로웠던 추억들이 쌓였던 탓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풍부하고 정감 어린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 추석에 고향을 찾아 가족과 일가친척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은 우리 민족 고유의 아름다운 전통이며 또한 정겨운 이웃과 함께하는 따뜻하고 풍성한 나눔의 시간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기다려지는 풍성한 이 명절에도 우리는 돌아봐야 할 것들이 많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경제난 탓인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어려운 사람들을 찾는 발길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잠시 눈을 돌려 주변을 돌아보면 소년소녀가장, 홀로 사는 노인, 장애인 가정, 다문화가정, 고향엘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탈북민 등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또 법적인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도 많다.

 이처럼 이웃과 소외된 채 어렵게 삶을 영위하고 있는 이웃들을 위해 나누고 베풀어야 할 것에 인색하지 않은 지 두루 살펴볼 일이다.

 평소와 달리 모두 바쁘게 움직이는 명절에 홀로 소외된 채 시간을 메우는 일만큼 서글픈 것은 없을 것이다.

 소외된 이들을 위해 주변의 많은 분들이 동참해 쌀이나 현금을 기증하고, 반찬을 만들어 홀몸노인에게 전달해 드리는 등 나눔의 삶을 몸소 실천하는 것, 이러한 작은 움직임들에 많은 손길이 더해져서 받는 이와 주는 이 모두 행복하고 따뜻함을 느끼는 추석이 됐으면 한다.

 추석은 예로부터 설날, 단오절과 함께 우리나라 삼대 명절 가운데 하나로, 들판에는 오곡이 무르익고 과일들이 여무는 한 해 농사의 결실을 거두는 축제날이다. 풍요로운 이날, 우리 선조들은 조상님이 돌아가신 기제(忌祭)에 드리는 제사말고도 명절날 제사를 드리는 풍습이 있다.

 모두들 새 옷으로 갈아입고 햅쌀밥과 송편을 빚어 조상의 산소에 성묘하고 제사를 지낸다. 서양의 명절과 달리 단순히 먹고 즐기는 축제가 아니라 도리를 되새겨 조상과 후손이 함께 경건하게 치르는 차례의 문화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월의 흐름과 함께 우리의 세시풍속도 많이 변했다. 요즘의 추석은 바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일종의 휴가 개념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고향 친지들과 친구, 그리고 이웃들과 만날 생각에 추석을 기다리던 설렘, 그리고 함께했던 잠깐 동안의 즐거움으로 한동안 마음이 넉넉했던 예전과 달리 개인적인 휴가 기간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

 연휴기간을 이용해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재충전의 시간으로 활용하는 등 추석 본래의 의미가 퇴색한 듯하다. 개인마다 삶이 바쁘다 보니 이웃을 되돌아볼 만한 마음의 여유조차 사라진 것 같아 새삼 아쉬운 마음이 든다.

 만물이 모두 풍성하게 열매 맺는 결실의 계절에 맞는 추석을 두고 예로부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하는 속담이 있다. 이번 추석에는 이웃과 풍요로움을 함께 나누던 우리 고유의 명절정신을 다시 한 번 새겨보고, 그 첫걸음으로 작은 나눔을 실천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추석이 지나면 연휴 후유증으로 명절증후군에 시달리기보다는, 속담처럼 이웃과 함께 나눴던 정으로 한동안 넉넉하고 따뜻한 마음이 지속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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