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한 중학교에서 최근 1년 사이 4명의 급식종사자가 암과 뇌출혈 등으로 쓰러진 것으로 확인돼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18일 경기도교육청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 등에 따르면 수원 A중학교 조리실무사 B씨는 지난해 6월 감자튀김 조리 작업 후 어지러움증에 시달린 후 병원 진료 과정에서 ‘급성상기도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같은 달 조리실무사 C씨는 튀김 작업 중 구토 증상을 호소해 병원에서 치료 후 작업에 복귀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이 학교에서 다른 학교로 전보된 조리실무사 D씨가 폐암 3기 판정을 받아 현재 항암치료 중이다. 이달 16일에는 조리실무사 E씨가 급식실에서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뇌출혈 판정을 받았다.

이처럼 급식종사자들의 건강 이상이 잇따라 발생하자 해당 학교는 현재 급식을 중단하고 조리원 전체에 대한 건강 진료를 하고 있다. 도교육청도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급식실 내 공기질 측정에 나섰다. 현재 급식실 내 후드와 공조기의 노후화가 주된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학교비정규직노조 관계자는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서는 어쩔 수 없이 열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암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이 다량 발생할 수 있다"며 "고온다습한 급식실 환경에서 공조기와 후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조리종사자들이 유해물질에 노출돼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학교 측은 안일하게 대응해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 지난해 경기고용노동지청에 보고된 학교 산업재해사고는 총 16건이다. 이 중 지난해 A중학교에서 발생한 2건의 급식종사자 사건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학교 측은 도교육청에 보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해 6월 이후 급식종사자들이 지속적으로 후드·공조기 수리를 요청했으나 학교 측은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요구를 제때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비정규직노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학교 급식실 전체 노동자들의 유해물질 노출 위험을 드러낸 것이고, 학교 현장의 산업재해사건에 대한 인식과 재해 발생 미보고 관행을 보여 준 것이다"라며 "산업재해 대처에 대한 매뉴얼 마련 등 예방대책을 근본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학교에 대한 감사를 검토하고 있으며, 나머지 급식종사자들에 대해서는 유급휴가를 주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23일과 24일 후드·공조기 공사를 진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나훔 기자 hero43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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