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같은 비문자 매체를 중심으로 근대 인천의 모습이 담긴 자료를 12년째 모으고 있다. 수집한 자료는 근대 인천의 모습을 맞추는 퍼즐이다. 확신을 갖게 된 내용은 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북성동, 내동, 전동, 신흥동, 화수동 등 그간 살피지 못했던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 이 지역은 중구청 일대에 비해 자료가 적고 랜드마크가 될 만한 건물이 없어 판독에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 영미연초 인천공장(Chemulpo Tabaco Co.)과 산동회관이나 공화춘 건물 등은 그동안 여러 차례 들여다봤지만 ...
‘해양도시 인천’을 말할 때 그 협의적 의미에서의 상징은 단연 인천항이다. 내년 2018년은 100년이 되는 전환점이다. ‘축항(築港)’은 배가 닿기 좋게 항구를 구축한다는 뜻으로 즉, Dock(船渠)를 만든다는 말이다. 인천항은 일제강점기인 1918년 10월 27일 제1도크가 준공된 이래 1974년 5월 10일 제2도크가 완공됐는데, 당시는 이를 기념하여 5월 11일을 ‘인천시민의날’로 제정했던 기억도 있다. 인천항은 원래부터 조수 간만의 차이가 10m나 되었기 때문에 배가 접안하기 위해서는 만조 때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이번 정부가 들어서고 치매를 국가에서 관리하겠다고 선언하고 현재 전국에 치매안심센터를 설립하는 계획안이 선을 보였다. 그동안 인천과 서울에서는 치매관리를 일찍부터 시작해왔다. 인천과 서울은 치매관리 모델이 처음부터 달랐다. 인천은 2000년부터 이미 치매어르신을 낮 동안 돌보는 보호시설을 만들어서 치매어르신 가족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경감시키는 것부터 출발했다. 인천의 모든 구에서는 현재 낮 동안 돌보는 시설을 운영하고 더불어 5개 구에서는 예방 및 검진하는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정상 노인들을 간단한 검사를 통해 인...
노무현 행정부 초기, 윤선도의 자취가 남은 완도군 보길도에서 한 시인이 30일 넘는 단식을 했다. 보길도를 제외하고 인근 노화도로 전량 공급할 식수용 댐의 증축을 막으려 온 몸으로 저항한 건데, 시인의 행동은 군 관계자와 주민대표의 합의로 상수원 대책위원회로 이어졌다. 전문가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대책위원회는 보길도의 경관과 생태계를 훼손할 댐 증축을 반려하고 상수도관로의 확충을 권고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군사독재정권이 강요한 보길도의 댐은 애초 수요 예측을 과다하게 책정해놓고 방만하게 운영해왔다. 유권자를 의식했는지 거주민이...
얼마 전 시인이자 소설가였고 또한 윤동주 연구로 20대에 이미 박사학위를 받은 ‘천재 교수’ 마광수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인들에 의하면 그는 자살 직전까지 극심한 생활고와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이 이 명민한 천재로 하여금 견딜 수 없는 우울증에 시달리게 한 것이고, 최후의 자존감을 짓밟아 스스로 세상과의 끈을 놓아버리도록 강제한 것일까. 사실 그 이유는 마광수 자신은 물론이고 이 글을 읽는 당신과 나 그리고 세상도 이미 알고 있다. 마광수 교수는 1992년 발간한 장편소설 「즐거운 사라」가 ‘음란문서 ...
최근 인천시 유형문화재 제1호인 조선시대 인천도호부 관아의 옛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이 발견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그간 인천을 소개하는 ‘읍지’나 고문헌 그리고 ‘화도진도’라는 지도를 통해 관아의 설립시기와 공간 배치, 규모 등을 알 수 있었지만 사진이라는 근대 자료로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조선시대 관아 건물의 훼손 시기를 1910년 이후 일제강점기 초기라고 보면 ‘화도진도서관’에서 수집 공개한 사진은 근 100여 년 만에 발견된 것으로, 지역사 연구에 활력을 불어 넣기에 충분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으로 그만큼 자료...
사막화 현상은 기상변화로 인해 수목이 말라죽고 건조한 나대지가 출현하는 것을 말한다. 원인으로 강우량이 연평균 250mm보다 적거나 그 이상의 강우량이라도 내리는 양에 비해 증발량이 많은 경우처럼 자연현상에 의한 것과 벌채나 방화, 자원채굴의 증가와 도시 집중화로 인한 인위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몽골은 이런 일반적인 원인과 함께 유목전통에 의한 사막화도 큰 요인 중의 하나이다. 유목전통이라도 과거와 현재는 다른 면이 있다. 가축을 방목하는 단순한 유목에서 최근에는 사막화를 급속히 증가시키는 산업 목적의 대량 유목이 늘어가...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던 날까지,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당하기까지 사람들은 아무런 위기의식 없이 먹고 마시고 장가 들고 시집 갔으며 사고, 팔고, 심고, 집을 지었다는 이야기가 성서에 나온다. 그런데 이것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급박한 전쟁위기가 닥쳤는데도 정부와 국민들이 이를 일상으로 여긴다. 이런 현상이 외신 보도처럼 과연 ‘심드렁한 침착성’일까? 아니면 체념인가, 자포자기인가? 이러한 엄중한 국가안보위기 시에 한가하게 군의 기둥인 육군대장을 마녀재판 식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 과연 시의적절한 행위인가? 또한 국정원의 대공 ...
인천은 이민이 시작된 도시이다. 1902년 12월 22일 121명이 인천을 출발하는 갤릭호에 실려 일본 나가사키를 거쳐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노동이민을 떠난 것이 우리나라 근대이민의 효시다. 인천시는 2008년 이를 기념하고 인천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한국이민사박물관을 개관했다. 이보다 40여 년 앞선 시기에 살기 위해 연해주로 떠난 이들이 있었다. 바로 잇단 기근과 학정으로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다. 1864년에 일어난 대흉작은 몇 년째 계속돼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했고, 관리들의 폭압은 이들의 등을 떠밀었다....
흔히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 정의한다. 지금까지 경제 개발이나 도시 건설 같은 하드웨어적 발전에 주력해 왔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로서 각 나라마다의 특색 있는 고유한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시대적 트렌드가 되었다.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의 문화예술 전반을 지칭해 ‘한류’라고 표현하는 것도 그 한 예가 될 것이다. 따라서 각 나라 혹은 각 도시 발전의 척도는 유무형의 역사 문화자산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보존하는가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인천은 2017년 300만 인구와 함께 ‘인천 가치 재창조’와 ‘주권시대’구현을 지향하...
나이가 들수록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큰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현실에서는 왜 진실이 수용되기가 어려운 것일까? 진실, 진리, 사실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면이 있는 단어이지만 모두 무게가 있는 단어이다. 얼마나 무게가 큰지를 살면서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늘은 주위의 편견과 오만으로 진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마지막 생이 비참했던 산부인과 의사 제멜바이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1800년대 중반을 살았던 그 당시 아기를 낳다가 사망하는 산모가 많았던 시대이다. 그런데 그가 일하고 있던 오스트리아의 ...
국지성 장마가 요란한 시기에 인천 앞바다의 섬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여름방학 기간이라 섬을 왕복하는 배편은 여럿이었지만 안개가 발목을 잡았다. 다행히 한두 시간 기다리자 배는 목적지를 향할 수 있었는데, 방문객을 기다리던 민박집과 식당들은 예약을 취소한 손님이 늘자 아쉬움이 큰 듯했다. 한낮 뙤약볕이 이어져도 인천 앞바다의 섬은 시원했다. 젊지 않은 나이에 부담이 느끼지 않을 정도 높이의 산이 완만하면서 울창했고 모래와 자갈로 어우러진 섬 구석구석의 해안은 바다의 시원한 경관을 한껏 선사했다. 꽉 막히는 고속도로를 뚫고 동...
노인들은 늘 자신의 병에 대해 의사보다 해박하다. (물론 실재 의학적 지식을 말하는 게 아니니 오해 없기를) 병원을 찾을 때, 노인들은 이미 자가 진단과 처방까지 끝낸 후, 의사를 만나서는 사후 추인을 받으려 한다. 만약 의사가 해당 증세에 대해 노인 스스로 내린 진단과 다른 말을 하거나 듣고 싶은 말을 해주지 않을 경우, 안타깝게도 그 의사는 졸지에 ‘돌팔이’ 의사로 전락하고 만다. 이를 테면 숨이 가뿐 증세로 의사를 찾았다면 담당 의사는 "천식 증셉니다. 숨이 무척 가쁘셨죠?"라든가, "많이 힘드셨지요. 하지만 잘 치료해 ...
‘상대를 알고 나를 안다’의 지피지기(知彼知己)는 손자병법의 대표적인 명구이다. 손자는 이를 통해야만 ‘매번 싸움에서 위태롭지 않다’는 백전불태(百戰不殆)를 얘기했다. 덧붙여 "적을 알지 못하고 나를 알면 승부를 예측할 수 없고,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매번 싸울 때마다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전쟁에서의 최선은 아군의 피해가 전혀 없는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승리를 예측할 수 있는 다섯 가지의 예를 들었다. 첫째, 싸워야 할 때와 싸우지 말아야 할 때를 알면 승리한다. 둘째, 병력...
올해 2월 자르갈톨가 에르데네바트 몽골 총리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국가부도 사태를 막기 위해 시작한 몽골판 ‘금모으기 운동’을 시작했다"며 몽골의 경제 위기에 대해 여러 차례 IMF로부터 지원을 받아 왔던 경험에서 이제는 스스로의 힘으로 탈출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 5억8천만 달러 규모 국채를 상환하지 못하면 국가 경제가 끝없이 추락할 길목에서 몽골 국민은 1997년 한국인들이 했던 대로 집안 곳곳에 숨겨 뒀던 금붙이, 외화, 보석뿐 아니라 유목민들에게 가장 큰 재산인 말까지 내놓고 있었다. ‘몽골 인천희망의숲’ 인천시민 자...
1952년에 제작돼 서부영화의 고전이 된 ‘하이 눈’(High Noon)에는 정의로운 보안관 이야기가 나온다. 그 보안관이 막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떠나려고 할 때, 자신이 5년 전에 체포해 사형판결을 받게 했던 살인범이 사면돼 세 명의 부하들과 함께 복수를 하러 온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 살인범이 탄 열차가 역에 도착하는 시각이 바로 정오이다. 그 젊은 보안관은 신혼여행도 포기한 채 그 범인과 싸우려고 보안관 배지를 다시 달고 동조자를 모집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모든 사람들이 외면했다. 다수의 주민들은 자신의 목...
애경사 건물 철거를 계기로 건축자산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호일보(2017.6.19)보도에 따르면 마침 중구가 관내 소재 근현대 문화유산 전수조사에 착수한다는 소식이다. 이번에 실시되는 조사가 올바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그간 인천에서 진행된 조사보고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근대기에 세워진 건축자산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문화재청 주도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한 ‘근대문화유산 조사 및 목록화 사업’이 대표적이다. 인천시도 이 계획에 따라 2004년 관내 근대문화유산을 조사해 ...
지난 6월 10일 인천해경서에 따르면, 오전 3시 40분 옹진군 소청도 인근 해상에서 밍크고래(길이 7.0m, 둘레3.4m, 무게3.5t) 한 마리가 어선 그물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됐다고 한다. 고래자원 보호의 필요성이 인식되면서 1986년 이후 상업적 포경이 전면 금지되자 고래잡이는 우리의 기억에서 멀어졌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고래잡이(포경(捕鯨))의 시작은 신석기시대까지 올라간다. 북한 선봉의 서포항 유적에서부터 부산 동삼동 패총, 통영 연대도 패총에 이르기까지 여러 유적에서 약 6,000여 년 전의 고래뼈들이 출토됐다...
월 2일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 중의 하나인 ‘치매 국가책임제’가 수면위로 오르고 치매인프라구축의 정책을 현실화 하게 만드는 첫 발을 내디뎠다. 2016년에서부터 2020년까지 제 3 차 치매관리 종합계획이 나올 정도로 이미 치매관리를 전국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가 빠른 것에 비해 실제 이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아니고는 고령화로 인한 문제에 대해 전반적인 국민의 인지도는 낮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치매관리는 일반적으로 보건소에서 1명의 담당자가 담당하고 있어서 치매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를 할...
독일 남부의 도시 뮌헨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10여 년 전의 일이다. 1972년 하계올림픽의 주경기장 주변 생태공원을 둘러볼 때였다. 분명히 아파트단지였을 공간에 버젓이 텃밭이 있었다. 가이드를 맡은 관련 전공의 유학생은 아파트 자리였다고 귀띔했다. 우리나라 같으면 첨단 시설을 갖춘 아파트를 높다랗게 지어 분양했겠지만 뮌헨시는 달랐다고 한다. 독일의 다른 시보다 부족한 건 아파트가 아니라 텃밭이기에 시민의 의견을 모아 텃밭을 조성해 분양했다는 게 아닌가. 그 비싼 땅을. 인천도 텃밭의 인기가 점점 높아진다. 해마다 다시 분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