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는 유명한 18번째 소네트(14행시)에서 연인의 아름다움을 여름날에 비유하며 그녀의 아름다움이 시와 함께 영원의 시간에 머물 수 있다고 노래했다. 즉 시의 영원성에 대한 선언이다. 또한 셰익스피어는 그 자신의 에스프리도 영원한 시간에 머물기를 원했고 이를 위해 그가 생각한 최선의 방법은 결혼을 통해 자기 존재의 형상과 형질을 후세에게 유지하고 보존하는 일이라고 여겼다. 진화론자들의 용어로는 유전자를 잇게 하는 자기복제 작업이다. 이는 신이 되기 위해 생명나무를 찾아 모험했던 고대 수메르의 길가메시왕의 헛된 노력의 회한...
인천시 지정 유형문화재인 인천중동우체국은 몇 해 전에 실시된 문화재 일제점검 결과 긴급한 보수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건물 일부라도 허물어져야 보수가 이뤄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건물 외벽이 벗겨지고 있다. 실제로 당시 같은 의견이 제시됐던 옛 일본 제58은행 인천지점 건물은 재작년에 2층 발코니가 붕괴됐다. 장막으로 볼썽사나운 모습을 가리고 건물을 보수하던 장면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뿐만 아니라 남동구에 위치한 장수동 은행나무 주변이 쓰레기와 ...
지난 5월 19일 한국을 방문한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은 KBS TV 일요일 아침방송에서 얼마 남지 않은 임기가 끝나면 ‘나무’를 심겠다고 했다. 임기가 끝나는 대통령으로서 몽골에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문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몽골의 평균 수명이 남자 64세임을 감안하면 내년부터 10여 년 정도 나무를 심을 수 있겠다. 그는 몽골 전체의 75%가 사막화되고 있어 우리에게 황사와 미세먼지의 근본 원인을 제공하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황사의 원인이 몽골에 있으니 함께 나무를 심고 황사방지를 위한 활동을 해야 효과가 있...
인천은 오래전부터 다른 어떤 지역보다 도시 정체성을 찾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지난 역사 속에 응축된 다양한 경험이 인천인들에게 과거부터 현재까지 끊임없는 지역 탐구의 역동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역동성’, 이것이야말로 인천의 특징이자 정체성의 바탕이다. 인천에는 세계문화유산인 강화 고인돌군을 비롯해 고대 중국으로 가는 최초의 뱃길 능허대, 고려 왕실의 유향이 서린 왕릉과 제2의 수도였던 강화도에서의 팔만대장경 조판,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정족산 사고와 왕실 도서관 외규장각, 민족정신을 온존시킨 강화학파의 흔...
부천 신시가지는 한여름에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5.5㎞의 ‘시민의 강’이 10여 년 전부터 흐르기 때문이다. 강폭이 넓어야 5m에 불과해도 제법 커다란 잉어가 떼를 이루며 움직이는 모습이 근사해 찾아온 친지에게 자랑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시민의 강은 인근의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정화한 물을 꾸준히 흘릴 수 있기에 가능했다. 프랑스 파리는 도로 가장자리에 언제나 일정 양의 물이 흐른다. 받아놓은 빗물이 아니다. 도시 곳곳에서 처리한 하수를 흘리는 것이다. 그 물은 먼지를 제거하며 도시의 열을 식히거나 가로수와 공원의 나...
2000년 우리나라가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이래 꾸준히 언급된 저출산 문제. 이제는 많은 사회구성원이 아이를 낳지 않는 데 대한 심각함을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 매번 연금 개혁과 국민건강보험료 개혁에 대한 안건으로 고령화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저출산 문제가 함께 언급되면서 고령사회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것쯤은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은 많은 사회구조적인 배경을 알려 주고 있다. 여성의 사회활동 문제, 지위, 경력단절, 육아와 사회활동과의 균형 및 지원, 가족 지원 등 여성과...
요즘은 개명(改名)이 대세다. 마을의 명칭을 보더라도 한반도면, 김삿갓면, 대관령면, 김유정면 등으로 개정한 이후 그들이 보유한 전통과 역사성이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현격하게 상승시키고 있는 것에서도 자극을 받은 듯하다. 옛것과 전통을 시대 흐름에 맞춰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이름의 가치가 더욱 빛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시대에서 지역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정체성을 되찾는 노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지만, 최근 남구와 동구가 구명(區名)을 변경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천의 도시 확장으로 인해 이제는 동...
1784년 1차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과거 200여 년 동안 인류는 수차례의 과학혁명을 통해 생산성 증대와 부를 축적해 왔다. 증기기관의 발명에서부터 전기와 대량생산, 전자와 IT를 통한 자동생산을 거친 뒤 최근에는 로봇,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테크놀로지, 3D프린팅, 인공지능 분야의 사이버 물리적인 시스템으로 4차 산업혁명은 진화·발전하고 있다. 그동안 기계는 인간에게 노동의 고통을 덜어주고 생산성을 향상시킨 순기능 역할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대량실업의 재앙을 몰고 오는 양날의 칼이 됐다. 이러한 재앙을 물리적으로 막...
10년 전 근대기 인천의 모습을 모아 책을 썼다. 인천의 근대건축물을 바로 보는 시각과 관심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부족해 오류와 왜곡이 확대재생산되고 있었던 상황을 바꿔 볼 생각으로 시작한 작업이었다. 그렇지만 당초의 의도와 달리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놓친 것도 많고, 이후에 발견된 자료에 의해 여러 가지 오류도 드러났다. 그래도 위안을 삼을 수 있는 점은 인천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곳곳에 숨어 있던 자료를 찾아내 근대기 인천의 깊이가 더욱 심화되고, 영역도 확대됐다. 최근에는 미국...
전 세계 사막화의 속도는 매년 여의도 면적의 2배 이상 늘려 가고 있다. 유엔사막화방지총회(UNCCD)는 사막화를 막는 가장 좋은 대안은 나무를 심는 일이며, 사막화 속도보다 빨리 나무를 심으면 언젠가는 사막화를 저지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것을 권하고 있다. 물론 기후변화의 속도를 멈추거나 늦추는 일도 병행돼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말이다. 우리가 몽골에 나무를 심는 이유는 언제부턴가 수시로 찾아오는 반갑지 않는 불청객인 황사가 직접적으로 날아오기 때문이기도 하다. 황사는 국경을 넘어오면서 중국 산업 현장의 오염된 금...
근대 개항 후 인천은 항구의 특성상 무역과 산업의 공간으로 줄곧 인식돼 왔다. 그러다 보니 지금도 지난 130년 근현대사의 중심지로만 인천을 기억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근 ‘인천 가치 재창조’의 기치(旗幟)는 비류의 미추홀 정착으로부터 2천30여 년 유구한 역사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인천의 이야기를 보다 확장시켜 볼 수 있는 역사적 사례를 두 편의 어제시(御製詩)를 통해 생각해 본다. 어제시는 왕이 손수 지은 시로, 대부분 조정의 공식적인 행사에 그 의미와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뜻을 담아 창작한 것들이다. 왕·...
인천에 사는 관계로 회의를 하러 서울에 자주 가게 된다. 기왕 가는 길이니 눈여겨뒀던 책을 구할 겸 대형 서점을 들리고, 이따금 독특한 수입상품을 파는 상가도 찾는다. 인천에 대형 서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예전 책은 아무래도 부족하다. 수입상가도 있지만 물건의 종류가 부족하고 가격도 다소 높은 편이다. 회의는 꼭 서울에서 해야 하나? 구성원 중에 인천 사람이 차지하는 비율로 인천에서 열자고 제안하면 일순 동의한다. 하지만 웬걸. 정작 회의시간이 되면 사정 때문에 못 간다는 연락이 이어진다. 인천 사람들은 늘 감당해 왔건만 멀어...
우리 몸은 정직하다. 마음이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을 이야기해 준다. 몸은 무의식의 감정을 받아내는 그릇처럼 보인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이야기해 준다. 싫은 상황이 되면 몸이 천천히 움직여진다거나 움직여지지 않는다거나 굳어 버린다. 인상은 펴지지 않고 구겨진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몸이 피곤한 줄 모른다. 싫어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시간이 느리게 가고 몸이 위축된다. 요즘은 몸을 연구하고 현실에 적용하는 다양한 분야가 있다. 미국에서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라이어’는 거짓을 이야기할 때...
4·13 총선이 끝난 지 며칠이 지났다. 이번 선거는 여느 때보다 짧은 시간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야말로 너무나 엄청난 산고(産苦)를 치르고 난 후에 시행된 것이어서 개개인의 의사를 넘어 전체 민심의 향배가 관심거리였다. 통상의 일처럼 개인이 선호하는 정당이나 인물들에 대한 호불호로 인해 희비가 엇갈린 경우도 많았을 터이고, 그래서 주변인들의 당혹감과 좌절 그리고 탄성과 감격의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출된 것 같다. 그러나 양 진영 모두가 예상 밖의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는 만큼 곧바로 닥쳐올 정치권의 ‘새 판 짜기’는 ...
1935년 봄,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일본을 처음 방문하고 쓴 기행문에서 일본을 ‘벚꽃과 대포’로 묘사했고,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 교수는 1944년 6월 미 국무부로부터 ‘일본은 어떤 국민인가’라는 연구를 위촉받아 1946년 ‘국화와 칼’이라는 일본문화의 틀을 제시했다. 이들 서양 지식인이 함축한 일본의 진면목은 ‘벚꽃과 대포’이자 ‘국화와 칼’이라는 상징으로, 겉모양과 속내가 서로 모순된 이중의 얼굴이었다. 그동안 우리는 왜 일본이 독일과 달리 위안부 문제 등 식민지 침략의 반인륜적인 범죄 사실을 인정...
불안한 미래로 번민하는 젊은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줬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한때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이 말이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은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에 대한 공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뚜렷한 인생목표를 세우고 내일을 위해 힘차게 달려 나가야 할 젊은이들이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파묻혀 아파하고 있다. 오죽하면 연애, 출산, 결혼을 포기한다는 삼포세대에서 시작된 말이 오포, 칠포를 거쳐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n포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황사(黃砂)란 바람에 의해 하늘 높이 올라간 미세한 먼지가 대기 중에 퍼져 하늘을 덮었다가 서서히 떨어지는 현상 또는 떨어지는 모래나 흙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 용어는 1954년 기상청에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기 174년 신라 아달라왕 때 ‘흙가루가 비처럼 내린다’고 해 우토(雨土) 또는 토우(土雨)로 삼국사기에 기록됐다.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에는 황사 현상에 대해 주로 토우(土雨)라고 기록했다. 북한에서는 ‘흙비’ 또는 ‘비흙’이라고도 한다. 세계 각지의 사막에서도 황사와 비슷한 현상이 공통적으로 발생...
최근 인천은 가치 재창조를 위한 다양한 방법론을 모색하고 있다. 개항창조도시 재생, 경인고속도로 주변 도시재생 프로젝트, 인천이 중심이 된 전국 철도교통망의 구축 등 가시화될 수 있는 물질적 가치 외에도 인천 역사의 근원인 문학산 개방에 따른 인천 정체성 구현을 필두로 50년 전 제정됐던 자치구의 구명(區名) 변경 계획, 그리고 경기만으로 불렀던 인천 앞바다를 ‘인천만(灣)’으로 하자는 인식의 전환 등 정신적 가치도 추구하고 있다. 서해안의 중심에 있는 인천은 우리 민족의 역사가 동틀 무렵부터 개척과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발전해...
경칩이 지나갔다. 때를 같이해 언론은 동면에서 깨어난 개구리를 보여 주기 바빴다. 반면 환경단체는 알 낳으러 물이 고인 논이나 산간계류로 이동하다 처참하게 죽은 아스팔트 위의 개구리들을 보여 주며 속도를 앞세우는 사람들에게 공존을 모색하자고 호소한다. 우리나라 개구리들이 모두 경칩 전후에 동면에서 나와 알을 낳는 건 아니다. 산속 나무뿌리나 낙엽 속에서 겨울잠을 자고 이른 봄 살얼음이 낮에 녹는 경칩 전후에 알을 낳는 종류는 북방산개구리와 한국산개구리, 그리고 두꺼비가 줄을 잇고 나머지는 늦는 편이다. 물이 고인 논에 녹색 이...
간호사가 돼 병원에서 환자를 보면서 너무 힘들어하고 결국에는 그만두는 졸업생들이 많다. 힘들게 공부해서 병원에 취업했는데 오래 근무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동료와 잘 지내지 못하고 갈등이 있어서 혹은 왕따를 당해서 견딜 수가 없는 경우, 상사가 주는 스트레스를 견디기 어려워서 혹은 환자나 보호자가 주는 스트레스를 견디기 힘들어서 등 다양한 이유로 근무하고 싶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환자나 보호자가 주는 스트레스는 직장 상사나 동료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보다는 지속적이지 않다. 그러나 환자나 보호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