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공식적으로 151층 인천타워 건립 백지화 발표를 한 시점은 2014년 7월 9일이다. 민선6기 시정부가 출범하고 잉크도 마르지 않은 때다. 인천경제청은 송도랜드마크시티유한회사(SLC)와 송도 6·8공구(579만5천243.5㎡) 개발사업 계획 변경 합의를 통해 1년 안에 인천타워를 대신할 새로운 랜드마크 사업계획을 마련해 제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내용 역시 공염불이 됐다.

이때부터 6·8공구 가용용지(227만7천㎡)는 산산조각이 난다. 특히 8공구 안 ‘초고밀 베드타운’의 단초가 됐다. 2012년 9월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한 시가 토지리턴 방식으로 교보증권 컨소시엄에 8천500억 원에 매각한 8공구 A1(18만714㎡)·A3(11만5천810㎡)·R1(4만4천176㎡) 3개 블록 중 A1블록과 R1블록에 대한 토지리턴권 행사가 이뤄지면서다.

시는 2015년 9월 7일까지 교보증권 컨소시엄에 이자 721억 원을 포함해 5천900억 원을 되돌려줘야 했다. 부랴부랴 시는 인천도시공사(iH)에 A1블록과 R1블록을 팔고, 한화증권 컨소시엄을 통해 토지신탁을 받아 되파는 구조로 급한 불을 껐다. A1블록과 R1블록은 나중에 지역주택조합 형식의 아파트와 아파텔 형태 오피스텔로 각각 개발됐다.

재정난에 허덕인 시는 같은 해 12월과 2016년 3월 8공구의 개발계획과 실시계획 변경을 통해 토지리턴 대상이 됐던 3개 필지를 제외한 공동주택 5개 필지와 주상복합용지 2필지에 대한 가구 수 상향과 가구 분할(M1블록)을 했다. 8공구 땅을 개발사업자들에게 팔기 위해서다. 시는 자산 이관으로 매각한 토지로 재정 운용에 숨통이 트는 계기를 마련했다.

SLC는 시와 2015년 1월 6·8공구 사업계획 조정합의서 체결로 6공구 안 33만㎡의 공동주택용지를 개발하는 선에서 합의했다. 6·8공구 중심부 128만㎡ 개발사업 또한 2017년 5월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됐다. 그간 우여곡절 속에 올해 5월 시와 기본협약을 체결했다. 2007년 8월 발표한 ‘해양관광·레저를 중심으로 한 저밀도 초일류 도시’의 꿈은 서서히 6·8공구에서 사라졌다. 그 대신 송도국제도시 안 5개 동(10월 말 기준 20만5천267명) 가운데 송도3동(5만320명)에 이어 인구밀도가 높은 송도5동(4만7천309명)이 됐다.

이런 상황 속에 최근 나온 송도 11공구 안 ‘131층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을 포함한 복합개발사업’은 비록 공간은 작지만 6·8공구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재연하는 사업이 될 전망이다. 송도 11-1공구는 현재 4개 구역으로 나눠 기반시설 공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다 보니 민원은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더불어 송도 11공구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워터프런트 구간을 활용한 문화·관광·레저산업을 연계한 복합개발이 가능한 터도 많다.

지금 밑그림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송도국제도시 미래상이 바뀐다. 초고밀 아파트 밀집 도시에서 그나마 세계에 내세울 만한 상징적 건물을 갖춘 도시로 한 걸음 내딛게 된다. 16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갈등만 양산한 송도 6·8공구 개발 역사의 오점을 말끔히 해소할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인치동 기자 airi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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